조아연이 지난 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그린 경사를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조아연이 지난 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그린 경사를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프로 골퍼들은 좀처럼 클럽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쳐서 익숙하거나 손에 착 감기는 클럽을 찾으면 상당수가 끝까지 간다. 브룩스 켑카와 고진영은 자기에게 맞는 클럽을 계속 쓰기 위해 한동안 자유계약 선수를 택하기도 했다.

2014년에 태어난 신생 브랜드 PXG는 그래서 출범 초기에 애를 먹었다. 거액을 준다고 해도 PXG 채를 쓴다는 선수가 나오지 않아서다. 검증되지 않은 클럽을 프로 골퍼 손에 쥐려니, 경쟁사보다 훨씬 큰 금액을 제시해야 했다. 2017년 리디아 고가 5년 동안 PXG를 쓰는 조건으로 1000만달러(127억원·추정치)나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조아연(22)은 리디아 고와는 정반대 케이스였다. PXG가 아닌 조아연이 먼저 “써보고 싶다”고 연락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이었던 2018년 얘기다. PXG 용품 수입업체인 카네의 서범석 전무는 “당시 회사를 방문한 조 선수가 ‘나와 잘 맞는다’고 하길래 그 자리에서 1000만원이 넘는 풀세트를 가방에 꽂아줬다”고 했다.

조아연이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하자 동그라미가 8개 그려진 억대 계약서를 내밀었다. 조아연은 데뷔 첫해 2승을 거두며 신인상도 탔다. 그 뒤론 내리막길이었다. 이듬해 특별한 이유 없이 상금랭킹 35위로 처지자 “신생 브랜드를 써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가 주변에서 들렸다. 조아연은 당시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그저 계약 때문에 PXG 클럽을 쓰는 게 아니다”고 했었다.

PXG는 ‘묵묵한 후원’으로 화답했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PXG가 조아연에게 건넨 재계약 서류에 적힌 금액은 첫 계약 때의 두 배가 넘었다. 서 전무는 “조 선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언젠가 그가 PXG의 우수성을 증명해줄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PXG의 무한 신뢰에 조아연은 지난 8일 실력으로 보답했다.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2년8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PXG의 신제품인 ‘GEN5’ 아이언으로 그린 적중률(76%)을 평소보다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조아연은 “신생 브랜드란 이유로 PXG 클럽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며 “PXG가 내게 맞는 최적의 클럽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