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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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막내리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역대 최장수 장관이 5명이나 배출됐다. 문 정부 순장조가 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그리고 2020년 말에 물러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주인공이다. 나머지 1명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인데, 그가 세운 최장수 기록은 후임 문 장관에 의해 곧바로 깨졌다.

한 정부에서 5명의 최장수 장관이 배출된 것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일 것이다. 정책일관성을 위해 오래 재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만, 문 정부 최장수 장관들의 행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최장수'라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최무능'으로 봐도 무방한 이들이 많아서다.

2018년말 취임한 홍남기 장관은 1200일 넘게 일하며 윤증현 장관(842일)의 기존 최장수 기록을 압도했다.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멸칭이 말해주듯 홍 장관의 임기는 청와대와 여당의 막가파식 재정확대 요구에 굴복한 데 따른 보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홍 장관은 지난주 열린 이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채무 비중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각별히 경계심을 주문했다. 거의 허무개그수준 아닌가. 3년 6개월전 전임자로부터 38%로 넘겨받은 국가채무비율을 50%까지 수직상승시킨 주역이 이제와 '가속'을 걱정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게된다. 역대 정부가 오래동안 마지노선으로 지켜온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을 "근거가 뭐냐"는 대통령 질책 한마디에 포기해버린 일은 까먹은 것인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018년 10월 임명돼 무려 43개월을 재직했다. 기존 최장수였던 이규호 전 장관(1241일)의 기록을 한참 뛰어넘었다. 장수했음에도 어떤 교육철학을 가졌는지조차 모호할 정도로 유 장관은 존재감이 희미하고 성과가 미미하다.

초·중·고등 교육전반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을 앞세워 오락가락하며 '교육을 정치로 물들였다'는 비판만 가득하다. 재임중 입시비리 논문부정 등이 난무했지만 정치적 고려에 매몰돼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교육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적었고, 정책개발보다 오로지 청와대 기조에 발맞추는 데만 급급했다”는 평이 쏟아진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란 급박함 속에 백년지대계를 맡았지만 유효 대책없이 시간만 보내다보니 고등교육 위기는 눈앞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전문성이 없다'는 평가 속에 문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에 전격임명된 정치인 김현미 장관은 무능을 넘어 최악의 장관으로 손색없다. 엉뚱한 통계에 기초한 정책 폭주로 희대의 부동산 폭등을 야기했다.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모르쇠하며 근거없는 기대감을 앞세운 단순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나라는 '부동산 지옥'이 되고 말았다. 집없는 사람은 '지상의 내 집 한칸'이라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좌절감에 주저앉고,집있는 사람은 감당못할 세금고지서에 분노하게 된다.

해수부는 김영춘·문성혁 두명의 장관이 연이어 최장수를 경신하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김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해수부장관으로 1년 9개월을 일했고,문 장관은 바통은 이어받아 3년 2개월 가량 재직했다. 문 장관의 최장수 기록도 자랑이기보다 일종의 불명예다. 교체가 결정된 뒤 지명된 후임자가 비리의혹으로 낙마하면서 뜻하지 않게 유임된 전력이 있어서다.

마땅한 후보를 찾기 힘들고 인사청문회로 야당의 공격대상이 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을 앞세워 문 정부는 후임자 물색을 포기했다. 해수부 업무는 적당히 방치해도 된다는 메시지인지,나아가 대한민국 장관자리가 이리도 저렴한 것인지 자괴감이 앞선다. 최장수 장관 기록은 미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 속출한 기록들은 정치가 행정을 압도하고 '사고만 치지 말자'는 안일한 국정운영의 또 다른 증거일 뿐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