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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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여행주는 테마주다. 언젠가 하늘길이 활짝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이끌고 있다. 하나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모두투어 등 여행 상장사는 코로나19 이전의 각사별 실력과 실적에 무관하게 동일한 주가 패턴을 그렸다. 2020년 여름에 바닥을 찍고 지난해 1월부터 약 1년간 주가가 2배씩 올랐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요즘 여행업계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숙박 플랫폼인 야놀자, 여기어때가 해외여행에 뛰어들고, 현대카드의 여행사업부를 인수한 카카오도 모빌리티와 해외여행을 묶는 방안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 하나투어

13일 여행 및 광고업계에 따르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지난달 수십억원을 TV 광고 등 마케팅 예산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1148억원)과 지난해(-1272억원)까지 2년간 24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하나투어로선 부활을 위한 ‘회심의 베팅’이다. 하나투어는 올 1분기에도 2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긴급 자금 수혈을 위해 하나투어는 3월 말에 단기차입금 300억원을 조달했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 134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시가 대비 약 20%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배정한다”며 “증자 대금은 단기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형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대주주인 하나투어는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열리기 전에 달라진 하나투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대리점 위주의 조직을 IT에 기반한 플랫폼 조직으로 바꾸고, ‘패키지 2.0’이란 신개념 여행 상품을 내놨다. 쇼핑을 없애고, 도심 호텔을 기본으로 하는 등 소비자 선호에 맞춘 상품이다.

적장 영입하며 절치부심하는 노랑풍선

온라인 여행 상품의 선두 주자인 노랑풍선은 최근 하나투어 대표 출신을 CEO로 영입했다. 고재경, 최명일 노랑풍선 공동 창업자는 코로나19로 회사가 고사 직전에 처하자 지난해 하반기에 공동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김진국 신임 대표를 3월 말에 선임한 것은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노하우를 노랑풍선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와 함께 하나투어의 전략기획실장도 함께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및 IB(투자은행)업계에선 노랑풍선이 하나투어처럼 외부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노랑풍선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 약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IB업계 관계자는 “IMM PE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전 하나투어의 2대 주주였던 키움PE가 노랑풍선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때 14%가량의 하나투어 지분을 들고 있던 키움PE는 최근까지 전량을 장내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도 트래블 서비스 강화하며 참전 '저울질'

기존 여행사와 e커머스 플랫폼 간 해외여행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야놀자는 당초 하나투어와 제휴를 맺기로 한 방안을 철회하고, 자체 해외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쿠팡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날 고가 호텔 숙박 상품을 모아 놓은 ‘쿠팡 트레블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전에 일단 국내 여행부터 시작하는 모양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 여행사업부이던 타이드스퀘어를 인수한 카카오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T로 동남아 7개국에서 현지 모빌리티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터라 이를 해외여행 패키지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