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에도 美·中 해외펀드 사들이는 개미들…국내는 외면
투자자들이 국내외 증시 하락에도 해외주식형 펀드에 꾸준히 돈을 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주식형 펀드에선 돈을 빼고 있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조정을 거치더라도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 ETF 인기 여전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해외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올해 들어 매달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687억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2월 7876억원, 3월 7529억원, 4월 9324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5월에도 첫째주에만 1568억원이 순유입됐다.

서학개미들의 주요 투자처인 미국 중국 등의 증시가 뚜렷한 하락세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미국 S&P500지수는 13.5%, 나스닥지수는 2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항셍지수는 13.8%, 상하이종합지수는 17.3% 떨어졌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해외펀드 자금 유입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매수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 펀드 중 올해 국내 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TIVE ETF’였다. 국내에 상장된 대표적인 중국 전기차·2차전지 ETF다. 이 ETF는 4월 한달 간 18.4% 하락했는데, 이 기간 개인 순매수액이 2888억원에 달했다. 설정액은 1월 초 1조8020억원에서 이달 초 2조5476억원까지 늘어났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 설정액도 같은 기간 8040억원에서 1조3080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 성장주 랠리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성장주 테마에 대한 펀드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ETF의 인기도 식을 줄 몰랐다. S&P500지수가 지속적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TIGER 미국S&P500 ETF’의 설정액은 8225억원에서 1조1995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스피지수 추종 펀드서는 자금 이탈

국내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은 정반대였다. 작년 하반기까지 2차전지·모빌리티·메타버스 등의 성장주 테마를 중심으로 투자가 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2103억원이었던 국내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2월 -1994억원, 3월 -1725억원 등 순유출로 돌아섰다. 4월에는 520억원 순유입됐지만, 5월에는 첫째주에만 3580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유출이 가장 많이 일어난 펀드는 'KODEX MSCI KOREA TR ETF', 'KODEX 200 ETF', 'TIGER 200 ETF', 'TIGER MSCI KOREA TR ETF' 순이었다. 특정 종목이 아닌 국내 증시 전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코스피지수와 MSCI KOREA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KODEX MSCI KOREA TR ETF의 경우 설정액이 1월 초 1조6435억원애서 이달 초 7849억원으로 8586억원이 순유출됐다.

투자자들이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믿음은 크지만 국내 시장의 성장성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해외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는 저가매수, 국내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는 매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장기 성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국내주식형 펀드보다는 해외주식형 펀드에 대한 신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