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4분의 1 토막 난 슈뢰딩거…AI 신약개발 '만만치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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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의 글로벌워치] 나스닥 상장 1호 AI 신약개발사
10일 업계에 따르면 1세대 인공지능(AI) 기반 미국 신약개발사인 슈뢰딩거(Schrödinger)는 올 1분기 4870만달러(약 62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17~31% 성장한 1억6100만~1억8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슈뢰딩거 측은 전망해다.
슈뢰딩거의 외형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했다. 소프트웨어 매출이 331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26% 증가했고, 후보물질 발굴을 통한 매출이 580만달러에서 156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후보물질 관련 매출 가운데 400만달러는 BMS와의 공동연구에서 나왔다. 900만달러는 전임상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수령한 금액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2798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1616만달러 대비 73% 증가했다. 하지만 순손실이 작년 1분기 50만달러에서 345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제니 허먼 슈뢰딩거 재무담당 부사장은 “인프라 및 운영비용,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로 순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슈뢰딩거가 지난 1월 구조생물학 기반업체 엑스탈 바이오스트럭쳐를 인수한 것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슈뢰딩거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자화합물을 발굴(스크리닝)할 수 있는 물리학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20년 2월 나스닥 시장에 주당 17달러로 상장했다. 상장 직후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상장 1년 만인 지난해 2월 12일엔 110.18달러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 6일 기준 25.03달러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고점 대비 4분의 1 이하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슈뢰딩거의 급락은 올 들어 장기화되고 있는 투자심리 위축 외에도 상장 당시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해 ‘버블’이 낀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1호 AI 신약개발사로 주목받으면서 과도한 기대를 받은 부분이 크다”며 “결국 AI는 도구고, 슈뢰딩거도 신약개발사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임상결과 및 기술수출(LO)이 나와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바이오헬스케어 지수(NBI)는 지난 6일 기준 3595.15로 1년 사이 22.12% 하락했다. 슈뢰딩거의 주가 하락을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에서만 찾는 것은 궁핍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I 신약개발사에 비해 한 발 앞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유전자치료제 업체들의 주가 흐름도 슈뢰딩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을 이용한 첫번째 신약을 내놓은 앨라일럼은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4.76%(128.63→134.75달러) 올랐다. 아직 허가받은 신약이 없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주가가 22.5% 하락했으나 슈뢰딩거의 낙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설립 초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곳 중 슈뢰딩거와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곳들은 '스타 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이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란 평가가 많다. 동종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알로젠 테라퓨틱스 주가는 68.32% 급락했다. CAR-NK 세포치료제 기업 페이트 테라퓨틱스 또한 같은 기간 68.09% 하락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슈뢰딩거의 후보물질이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슈뢰딩거가 보유한 가장 진도가 빠른 후보물질은 외투세포림프종(MCL) 등 비호지킨성림프종 치료제인 ‘MALT1’ 억제제 ‘SGR-1505’이다.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을 신청해 하반기 임상1상 진입이 목표다. MALT1은 비호지킨성림프종에 대한 새로운 표적 유전자로 슈뢰딩거 외에도 얀센, 미국 항암제 개발사 엑셀리시스 등이 한 발 앞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슈뢰딩거는 부인과암 치료 후보물질인 ‘Wee1’ 억제제에 대해서도 내년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슈뢰딩거는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스탠다임 인세리브로 등 국내 벤처기업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곳이다. 인세리브로의 조은성 대표는 슈뢰딩거 출신 개발자로 창업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슈뢰딩거 및 엑센시아 등 나스닥에 상장한 AI 신약개발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국내 후발주자들의 기업공개(IPO) 및 자금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1호 AI 신약개발사인 신테카바이오 또한 지난해 매출 3억원, 순손실 148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후속 비상장 기업들이 순조로운 자금조달 및 IPO에 나서기 위해선 AI 신약개발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가 먼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슈뢰딩거의 외형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했다. 소프트웨어 매출이 331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26% 증가했고, 후보물질 발굴을 통한 매출이 580만달러에서 156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후보물질 관련 매출 가운데 400만달러는 BMS와의 공동연구에서 나왔다. 900만달러는 전임상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수령한 금액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2798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1616만달러 대비 73% 증가했다. 하지만 순손실이 작년 1분기 50만달러에서 345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제니 허먼 슈뢰딩거 재무담당 부사장은 “인프라 및 운영비용,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로 순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슈뢰딩거가 지난 1월 구조생물학 기반업체 엑스탈 바이오스트럭쳐를 인수한 것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슈뢰딩거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자화합물을 발굴(스크리닝)할 수 있는 물리학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20년 2월 나스닥 시장에 주당 17달러로 상장했다. 상장 직후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상장 1년 만인 지난해 2월 12일엔 110.18달러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 6일 기준 25.03달러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고점 대비 4분의 1 이하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슈뢰딩거의 급락은 올 들어 장기화되고 있는 투자심리 위축 외에도 상장 당시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해 ‘버블’이 낀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1호 AI 신약개발사로 주목받으면서 과도한 기대를 받은 부분이 크다”며 “결국 AI는 도구고, 슈뢰딩거도 신약개발사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임상결과 및 기술수출(LO)이 나와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바이오헬스케어 지수(NBI)는 지난 6일 기준 3595.15로 1년 사이 22.12% 하락했다. 슈뢰딩거의 주가 하락을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에서만 찾는 것은 궁핍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I 신약개발사에 비해 한 발 앞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유전자치료제 업체들의 주가 흐름도 슈뢰딩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을 이용한 첫번째 신약을 내놓은 앨라일럼은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4.76%(128.63→134.75달러) 올랐다. 아직 허가받은 신약이 없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주가가 22.5% 하락했으나 슈뢰딩거의 낙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설립 초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곳 중 슈뢰딩거와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곳들은 '스타 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이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란 평가가 많다. 동종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알로젠 테라퓨틱스 주가는 68.32% 급락했다. CAR-NK 세포치료제 기업 페이트 테라퓨틱스 또한 같은 기간 68.09% 하락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슈뢰딩거의 후보물질이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슈뢰딩거가 보유한 가장 진도가 빠른 후보물질은 외투세포림프종(MCL) 등 비호지킨성림프종 치료제인 ‘MALT1’ 억제제 ‘SGR-1505’이다.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을 신청해 하반기 임상1상 진입이 목표다. MALT1은 비호지킨성림프종에 대한 새로운 표적 유전자로 슈뢰딩거 외에도 얀센, 미국 항암제 개발사 엑셀리시스 등이 한 발 앞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슈뢰딩거는 부인과암 치료 후보물질인 ‘Wee1’ 억제제에 대해서도 내년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슈뢰딩거는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스탠다임 인세리브로 등 국내 벤처기업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곳이다. 인세리브로의 조은성 대표는 슈뢰딩거 출신 개발자로 창업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슈뢰딩거 및 엑센시아 등 나스닥에 상장한 AI 신약개발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국내 후발주자들의 기업공개(IPO) 및 자금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1호 AI 신약개발사인 신테카바이오 또한 지난해 매출 3억원, 순손실 148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후속 비상장 기업들이 순조로운 자금조달 및 IPO에 나서기 위해선 AI 신약개발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가 먼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