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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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병원장이 보험사 직원이 '금감원' 직원이라고 속이고 참여한 행위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병원장 A씨가 경찰관 B씨, 보험사, 보험사 직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발부된 주소와 거주지 달라 A씨에 묻고 '압수수색'
고발한 보험사 직원도 참여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4년 A씨 병원이 보험 사기를 저지른 정황이 있다는 보험사의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이 발부된 뒤 B씨 등은 병원과 A씨 거주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거주지의 경우 영장에 기재된 곳과 실거주지가 달라 A씨에게 물어 실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영장 신청서 말미에는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조사팀 소속 직원 3명과 건강보험공단 직원 2명이 압수수색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금감원 팀 소속으로 기재된 3명은 사실 보험사 직원이었다.

압수수색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측은 B씨와 보험사 조사 업무 담당자 C씨 등을 각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고발했다.

결국 C씨는 보험사 직원이면서 금감원 주관 조사팀 직원으로 사칭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확정받았지만, B씨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공무원자격사칭죄 처벌받았어도, 손해배상은 별개"

이번엔 A씨는 불법 영장 집행으로 병원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에 경찰관이 아닌 자의 참여 여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고소인과 다를 바 없는 지위의 보험사 직원들을 영장 집행 단계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영장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경찰관이 아닌 자가 동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즉, 보험사 직원을 경찰 '금감원 조사팀'으로 기재한 것은 공무원사칭행위에 해당하나, 영장집행은 경찰관인 B씨가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보험사 직원이 보조적으로 압수수색에 참여한 자체를 A씨에 대한 불법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실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원고의 자발적 동의를 거친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인지는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형식적으로나마 동의를 받았다면 B씨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를 했다거나 이와 인과관계가 있는 원고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