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하이망간 양극재’ 개발과 함께 중국 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저렴한 LFP 양극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배터리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연내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SK온이 보유한 하이니켈 기술을 더해 기존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객 수요와 원가경쟁력 등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양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LFP 배터리의 제품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배터리’ 업체가 적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비해 LFP 배터리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LFP 비중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테슬라에 따르면 올 1분기 생산한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LFP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LFP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K배터리 업체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다만 K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주력 제품이 아니라 ‘플랜B’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LFP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많이 실을 수 없어 효율이 떨어진다”며 “망간 함유량을 높인 삼원계 배터리가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