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을 초대 민관합동위원장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켜켜이 쌓인 관료주의의 폐해를 개혁하려면 파격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을 정부 부처 장·차관으로 기용하겠다는 복안도 있었지만, 이들 기업인이 재산 백지신탁,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거절하자 민관합동위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 검색기업 구글의 에릭 슈밋 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대통령 직속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장,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정부 조직과 민간기업 간 시너지를 낸 사례를 들여다본 후 민관합동위를 대선 공약으로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삼성그룹 전직 CEO 출신을 민관합동위원장 후보군으로 물색한 것도 글로벌 기준을 잘 아는 기업인을 기용해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판단에서다. 새 정부와 삼성그룹의 가교 역할은 삼성 법률 고문인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도 대통령실 직속이 아니라 정부에 설치될 또 다른 민관합동위원장 후보군으로 인사 검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 측은 대통령실 홍보수석에도 삼성그룹의 사장급 현직 임원을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지나치게 삼성과 정부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언론인 출신인 최영범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을 홍보수석에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민관합동위가 개혁에 소극적인 관료사회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모들에게 “민관합동위가 공무원의 들러리 조직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의사 권한을 부여하라”고 지시한 배경이다.

민관합동위가 경제수석, 정책조정기획관 등 정부의 정책을 조정·조율하는 부서들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내부에선 신설될 정책조정기획관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