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부패 정치인 처벌 면하려는 것…'인혁당 사건' 재현 우려"
"개헌 수준 입법을 공청회도 없이 처리…다른 법안과 충돌 계속될 것"
한동훈 "74년 쌓은  검찰 수사능력은 국민자산…증발해선 안 돼"(종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입법으로 검찰의 축적된 수사 노하우가 사라지고, 국민들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후보자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술 유출 범죄 등의 수사 공백 우려를 지적하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질의에 "검찰이 74년 동안 쌓은 수사 능력은 국민의 자산"이라며 "이를 어떠한 대책도 없이 증발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자산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저하되고, 이는 국민 전체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는 취지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입법을 연산군의 사헌부 폐지에 비유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질의에도 "(검수완박)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 과정에서 선량한 국민이 입을 피해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잘못된 법이 잘못된 절차로 입법된 것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을 예로 들며 검수완박법에 담긴 수사 검사·기소 검사 분리 조항이 검찰 윗선의 사건 무마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민혁명당 사건은 한일협정 반대 시위가 거셌던 1964년 박정희 정권이 혁신계 인사 수십 명을 잡아들인 사건이다.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 3명은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과장했다며 공소 제기를 거부했으나, 검찰 지휘부는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당직 검사를 시켜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한 후보자는 "정치적인 사건이 있었을 때 수사 검사가 의견을 낼 수 없다면, (검찰 수뇌부는) 원하는 기소 검사한테 맡겨 기소·불기소를 조종할 수 있다"며 "결국 이는 수뇌부가 마음대로 수사를 말아먹을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처리 지연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한 후보자는 "지금도 변호사들의 74%가 사건의 현저한 지연을 호소하고 있는데, 법안이 시행되면 드라마틱하게 더 많이 지연될 것"이라며 "변호사 선임에 따라서 사건 처리와 질이 달라지는 각자도생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74년 쌓은  검찰 수사능력은 국민자산…증발해선 안 돼"(종합)
한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목하에 입법된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사실상 경찰에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모두 몰아주는 식으로 잘못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통과된 법안들은 사건의 99%를 수사하는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만 기소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며 "이는 수사·기소의 분리라기보다는 경찰에게 기소권의 상당 부분을 몰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국민 의견수렴 과정 없이 '입법 독주' 식으로 처리된 법안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입법은 74년 이어져 온 사법 시스템의 골간을 바꾸는 개헌 수준의 입법"이라며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져야 함에도 공청회 한번 없이 진행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같이 현업에 있는 사람조차도 당일날까지 어떤 법이 만들어지는지를 알지 못했다"며 "이렇게 중요한 법을 만들면서 그런 식의 절차로 진행하는 것은 큰 흠결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74년 쌓은  검찰 수사능력은 국민자산…증발해선 안 돼"(종합)
검수완박 법안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제정된 5·18 진상규명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법안들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새로 바뀐 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 해석에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후에도 "이 법안이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은 꾀와 멀리 내다보는 생각)로 만들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른 법안과의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후보자는 다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검토 여부에는 "아직 (장관) 취임 전이고, 임명되는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에 미리 검토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