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금리가 폭등하면서 주식 시장을 압박했습니다. 지난주 3.13%로 마감되어 2018년 11월 이후 최고를 갈아치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3.208%까지 치솟았습니다.




① 금리 상승세는 어디까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상당수 월가 은행은 올해 말 10년물 금리로 연 3.25%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말 10년물 금리가 이 수준에 달했을 때 주식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급락했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런 높은 금리 속에서는 장기간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잠시 이를 넘어설 수는 있지만, 이 위에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2년물과 10년물 만기 목표를 각각 3.5%와 3.25%로 높여 제시했습니다. 마크 카바나 채권 전략가는 "우리 예측은 2년물은 시장 예상보다 더 높아지고, 10년물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Fed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중립을 넘어 제한적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성장 및 경기 침체 위험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번스타인의 마이클 콘토플로스 채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금리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게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 Fed의 대차대조표, 기준금리인데 이들 네 가지가 모두 금리 상승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워낙 높은 상태이고 견고한 소비지출에서 보듯 미국 경제는 괜찮은 상태입니다. 또 Fed는 기준금리를 50bp씩 빅스텝으로 인상하고 있으며, 6월 1일부터는 자산 감축을 시작합니다. 콘토플로스 애널리스트는 "10년물이 3%를 넘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여기에서 훨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5bp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는 상관이 없다. Fed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50bp를 훨씬 더 많이 올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하는 금리 인상 사이클을 보게 될 것이며, 미국 경제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주식은 어디서 바닥을 찾나
골드만삭스는 이날 "전면적 경기 침체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주식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전락가는 "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데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높은 주가는 금융여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Fed의 목표와 정반대다. 주가 밸류에이션과 관련된 위험은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도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다"라면서 "경제, 주가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정하게 제한된 범위에서 계속 거래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잘해야 박스권이라는 뜻이지요.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 경로가 명확해질 때까지 큰 변동성이 지속할 것"이라며 "긴축적 금융여건과 시장 유동성 부족은 3월 말과 비슷한 규모의 단기적 랠리마저 주장하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실버라이닝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대부분의 나쁜 소식이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가가 단기에 추가로 큰 폭으로 급락하려면 엄청나게 나쁜 충격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겁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투자 심리는 이제 팬데믹 시작 때보다 더 나쁘다. 투자자들은 당시 경제에 대해선 걱정했지만, 금융시장과 Fed의 지원 능력에 대해선 확신했다. 지금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Fed가 금융시장을 지지할 능력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에너지 주식은 이날 폭락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에너지 업종은 8.3% 급락해 S&P 11개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엑슨모빌(-7.88%), 셰브론(-6.70%) 옥시덴탈(-10.93%) 슐럼버거(-11.6%) 할리버튼(-10.68%) 등 하락 폭은 엄청났습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 사우디 아람코의 판매가 인하 소식에 유가가 6%가량 내린 게 결정적이었지만, 유가보다 하락 폭이 훨씬 더 컸습니다.
이와 관련, 증시가 이제 항복(capitulation) 단계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주는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밸류에이션도 P/E 10배 수준으로 높지 않은데, 이렇게 많이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이제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을 다 팔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정 단계에서 진 바닥을 찾기 위해서 한 번 거쳐야 하는 항복 단계에 이제 들어갔다는 뜻이지요.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P/E의 장기 균형 수준이 16~17배라고 생각한다. 한때 22.5배까지 올라갔던 뉴욕 증시의 P/E는 이제 17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이제 이미 하락할 것의 95%가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S&P500 종목의 50%가 52주 고가에서 20% 이상 하락했다"라면서 "이번의 주기적 하락 추세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지 CIO는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높은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순풍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무엇보다 성장이 느려지는 가운데서도 기업 이익은 견고하다. 상당한 랠리는 기대하지는 않지만, 여름 동안 작은 랠리와 오락가락하는 환경을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파이퍼샌들러는 "2022년 지금까지의 위험은 금리, 인플레이션, 유가 상승이지만 다음으로 큰 위험은 EPS 추정치 하락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라면서 "이들 위험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바닥을 칠 때까지는 정점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난 4월 55.4로 집계된 ISM의 PMI가 40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EPS 추정치가 낮아질 것이고, 그때까지 P/E도 계속 조정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③ 인플레이션 정점, 시장 안정 도움될까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는 11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 8.1%, 근원 수치 6.0% 증가입니다. 이는 지난 3월 8.5%, 6.5%보다 낮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2%, 근원 0.4% 상승입니다. 3월에는 각각 1.2%, 0.3%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수치가 8.01%, 근원 6.01%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은 예상치를 내놓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15%, 근원 0.42%를 예상했습니다.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초에 물가 급등세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022년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예측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 하향 조정했다"라며"이제 헤드라인과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정점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7.9%, 근원 수치 5.9%로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0.1%, 0.3%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모닝스타는 "투자자들은 4월 CPI가 발표되면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안도의 신호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