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조속한 협상 타결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외교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사진)가 8일(현지시간) 열린 파이낸셜타임스(FT) 주최 행사에서 "유럽 대륙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EU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협상 타결을 추구해야 한다"며 EU 지도자들을 향해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멈춰버린 개방시장과 자유무역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독일 주요 기업들이 나서야 할 최선의 전략은 러시아와 비즈니스 관계를 완전히 끊고 러시아 측에 외교 무대로 복귀할 것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계속된 잔혹 행위, 영토 탈취 등 협상으로 나아가기엔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다"며 "이 전쟁은 두 국가만 치르는 전쟁이 아니라 두 세계관의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FT는 "디스 CEO의 발언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우크라이나에 중장기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며 '무력에 굴복하는 것은 유럽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공언한 것과도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은 독일 산업계 전반에 타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지는 일부 부품들이 부족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스 CEO는 "세계 무역이 계속 이 지경이라면 유럽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고 그중에서도 독일이 입을 손해가 엄청날 것"이라면서 "독일 경제의 어려움이 전 세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