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200억달러에 달했던 국산 코인 ‘루나’가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났다. 루나는 2019년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티켓몬스터 창업자인 신현성 이사회 의장이 개발한 지 2년 만에 세계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오르며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10일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루나 가격은 32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48.1% 급락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전반적으로 10% 이상 떨어졌지만 루나의 하락폭은 유독 컸다.

루나는 달러와 1 대 1 교환이 가능하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가치를 고정하기 위해 개발된 코인이다.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은 현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한다. 설령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투자자들은 미리 마련해둔 준비금을 통해 자신의 투자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데 테라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과 다르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달러보다 1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테라 보유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팔아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아갈 수 있다.

업계에선 별도 지급준비금 없이 자체 발행한 루나를 통해 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폰지사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테라의 가치가 달러보다 떨어졌을 때 루나를 더 발행하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가치를 유지하는데,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 더 많은 루나를 찍어내야 한다. 루나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더 이상 테라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하자 테라 가치는 이날 한때 0.68달러까지 떨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