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과 금리 인상 여파로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청약시장 활황기에 ‘묻지마 투자자’들이 몰렸던 것과 대비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경기 과천 원문동의 ‘과천위버필드’ 무순위 청약은 4가구 모집에 8531명이 신청해 평균 213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후 당첨 부적격자가 나오면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일반분양 미달 단지도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청약통장 없이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만큼 1·2순위 미달이 났던 단지들도 무순위에서 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과천위버필드 무순위 물량은 2018년 최초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어 청약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8억2359만∼8억9731만원, 전용 84㎡ 10억8814만원, 전용 99㎡ 11억6590만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7억~11억원가량 낮다.

지난 4일 진행한 인천 서구 원당동의 ‘검단 금호어울림센트럴’도 무순위 청약 1가구(전용 84㎡) 모집에 1만2030명이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지 역시 분양가가 최초 분양가(2018년 11월·3억9000만원)와 비슷해 4억원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반면 대구 북구의 ‘대구역자이 더 스타’는 전날 무순위 청약에서 미달 가구 196가구 모집에 39가구만 신청했다.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대구에선 무순위 청약에 실패한 단지들이 선착순 분양으로 돌리고 있다. 작년 12월 분양한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은 지난 2월 이후 세 번이나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다. 전용 59㎡와 75㎡는 선착순 분양으로 돌렸다.

2일 무순위 청약한 경기 부천의 ‘원종 아이원시티’도 106가구 모집에 신청은 36건에 그쳤다. 이 단지는 3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최고 경쟁률 30.50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미계약이 속출했다.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얻는 시기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2년 전만 해도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을 얻었지만 요즘은 고분양가와 금리 인상 여파로 단지별로 차이가 크다”며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환경도 아닌 만큼 한동안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