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10일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10일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에 도착해 주민과 지지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정말 기대가 많이 된다”며 “이제 주민들과 농사도 짓고, 막걸리잔도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잘 어울리며 살아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지지자들과 손 인사를 나누면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사저까지 약 400m를 걸어서 이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에 들어가서는 평산마을과 주변 마을 주민 60여 명을 초청해 간단한 다과회와 귀향을 기념하는 식수를 했다.

이날 평산마을 현장에는 지지자 2400여 명(경찰 추산)이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과 손팻말 등을 들고 환호했다. 유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고민정 민주당 의원 등 측근들도 현장에 함께했다. 마을 입구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이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태극기 등을 들고 사저 쪽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께 청와대를 떠나 서울 모처에 머문 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어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울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제가 퇴임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것을 섭섭해하지 말아 달라”며 “저는 해방됐고 자유인이 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울산역에 도착해서도 역 앞 광장에서 또 한 번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차를 타고 10㎞가량 떨어진 평산마을로 향했다.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지방으로 곧바로 내려온 사례는 2008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전 대통령이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정부 대표포털 ‘정부24’를 통해 온라인으로 평산마을에 전입신고를 했다. 평산마을은 45가구에 주민 수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만 시골 동네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별도로 온라인 편지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개된 편지에서 “우리는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했고 마침내 선도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며 “민주당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우리 당이 어렵지만, 당원 동지 여러분이 힘을 모아 다시 힘차게 도약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양산=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