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격무 절레절레…필요 인원 채우려면 웃돈 줄 판
공공일자리·영농철 겹친 농촌은 다문화여성 투입 고려

"선거사무원 일당이 올랐다고 해도 용역 임금이나 농촌 품삯에는 못 미치죠. 영농철까지 맞물려 웃돈 없이는 사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70대 어르신도 귀하신 몸…지방선거 운동원 확보 '전쟁'
6·1 지방선거에서 충북 진천군수에 도전하는 A 후보 캠프는 공식 선거운동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선거사무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무장을 포함한 내근직 4명은 가까스로 확보했지만, 길거리 인사 등 외부활동을 하겠다는 희망자가 없어서다.

공직선거법상 기초단체장 후보는 읍면동 수의 3배수에다가 '5'를 더한 숫자만큼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다.

7개 읍면으로 이뤄진 진천군수 후보는 26명까지 고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A 후보 캠프는 내근직을 합쳐 9명만 확보한 상태다.

선거운동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15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지만, 공공일자리 등으로 사람이 몰려 사무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A 후보 측의 하소연이다.

요즘 장년∼노인층에게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는 소위 '꿀알바'(벌이가 쏠쏠한 아르바이트)로 통한다.

꽃길을 가꾸거나 청소·환경정비 등 비교적 수월한 일을 하면서도 일정 기간 쏠쏠한 돈을 받기 때문이다.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70세 이상은 하루 4시간, 주 4일 일하는 조건으로 월 70만∼80만원을 받고, 70세 이하는 하루 7시간, 주 4일 근무하고 150만∼160만원을 챙긴다.

인기를 반영하듯이 웬만한 일자리 경쟁률은 4대 1을 훌쩍 웃돈다.

지역 노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셈이다.

A 후보 측은 "영농철이 겹친데다, 힘들이지 않고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공공일자리가 많아져 선거사무원이 기근"이라며 "급한 대로 친인척한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충북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이달 19일 시작된다.

이때부터 유세가 가능해지고, 사무원 등을 활용한 길거리 인사나 명함 배포도 허용된다.

예전만 해도 길거리 운동원은 30∼50대 젊은 여성들로 구성됐다.

출퇴근 시간 길거리에서 단체 인사를 하고, 로고송 등 흥겨운 음악에 맞춰 율동하려면 어느 정도 체력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력난이 극심한 이번 선거는 60대가 주류다.

심지어 70대 어르신 운동원도 흔하다.

선거사무원은 수당 6만원과 일비·식비 2만원씩을 합쳐 하루 10만원을 받는다.

법 개정으로 종전보다 일당이 3만원 늘었지만 하루 10시간 넘게 길거리에서 고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금액이 아니다.

충북도의원에 나서는 B후보 측은 "용역회사 일당이나 농촌 품삯도 10만원을 훌쩍 웃도는데, 적은 돈을 받고 고된 선거운동 하겠다는 사람이 있겠냐"며 "일각에서 웃돈을 챙겨주면서 운동원을 구한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선거법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영농철이 겹친 농촌지역은 인력난이 더 심하다.

요즘 농촌에서는 고추 지주목을 세우고 복숭아 등 과실 열매를 솎느라 바쁜 시기다.

곧 모내기도 시작된다.

음성군수 C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영농철 실시되는 선거다 보니 30∼50대 젊은 인력은 눈 씻고도 찾을 수 없고, 60∼70대도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문화 여성 등으로 눈을 돌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