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사진=신민경 기자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사진=신민경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대체자산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국내 첫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는다. 대체투자 시장이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만큼 이 ETF에 그간 억제됐던 수요가 몰릴지 관심이다.

한화자산운용은 11일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이 ETF는 매출이나 운용자산의 75% 이상이 대체자산으로 구성된 대형 미국 상장사 10종목에 투자한다. 기초지수는 MV Index Solution(MVIS)의 '블루스타 톱10 미국 리스티드 얼터너티브 에셋 메니저스 인덱스'다.

한화자산운용은 작년 5월 MVIS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향후 5년간 MVIS의 테마형 지수를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상장한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와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에 이어 한화자산운용이 MVIS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세 번째 상품이다.

구성 종목으로는 블랙스톤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와 세계 최대 인수합병 전문 회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애셋매니지먼트 등이다. 미국에 상장한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회사가 대거 포함됐다.

대체투자 전문회사의 수익구조는 다양하다. 운용보수뿐 아니라 성과보수, 투자수익 등도 더해진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벤처캐피털(VC),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등 대체자산 전반에 투자하는 ETF는 이번이 첫 시도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을 뺀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프라이빗에쿼티(PE), 부동산, 인프라, 원자재, 기타 실물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의 전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한 만큼 자산의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 대상 자산의 상당수는 실물자산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체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게 이 ETF의 큰 특징이다. 그간 대체투자는 고액 자산가와 기관투자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 PE와 부동산, 선박 등 투자자산의 가격이 높은 만큼 투자금액의 허들이 높아서다. 아울러 자산 특성상 단기 차익보다는 3~7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대체투자를 하기 위해선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ETF를 통해 대체투자 전문회사에 투자하는 게 가장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별 딜을 통하지 않고 대체투자 전문회사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로 한화자산운용은 '안전성'을 꼽았다. 개별 딜은 한 건의 자산투자 성패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된다. 성공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확률상 모든 딜에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전문회사를 통하면 그 회사의 모든 딜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것이다.

여러 대체투자 전문회사들 가운데 대형사들을 택한 것은 회사의 역량 검증 차원이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대체투자의 대상이 되는 대체자산은 접근성이 낮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다수"라며 "전통자산 투자보다 대체자산 투자에서 투자자의 매니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회사 선정 시 회사의 평판과 운용규모, 기존 투자 수익률 등을 주요하게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주요 연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통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이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약 918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작년 13.4%에서 2026년 15%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학연금(21.3%→26.2%), 산재 보험기금(11.7%→20.0%) 등도 그 비중을 큰 폭 늘릴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시기에 대체자산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 중 하나"라며 "대체투자는 투자의 기간은 길지만 전통자산보다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기존 ETF 조직을 'ETF사업본부'로 격상하며 투자자들의 투자대안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ETF 상품과 차별화된 신규 ETF 상품의 시장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대체투자 ETF 출시를 비롯해 앞으로도 국내 최초라고 할 법한 개성 있는 ETF들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이달 중 국내 상장리츠에만 투자하는 'ARIRANG Fn K리츠'를 출시한다. 오는 7월에는 타깃 생애주기를 감안한 자산배분 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