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대한민국의 기술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한경 긱스가 ‘시리즈 A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16가지 공식’을 통해 예상 답안을 구해봅니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 자료를 기초로 최근 1년(2021년 4월~2022년 3월)간 벤처캐피탈(VC)로부터 시리즈 A 초기 투자받은 총 418개 스타트업(투자금액 비공개 58개사 제외)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1부 ‘e커머스 시장의 혈투’에서는 살아남을 플랫폼과 브랜드의 조건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2부에서는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ICT 업계 라이징 스타를 살펴봤습니다.
메타버스 시대 '곡괭이'와 '청바지' 회사는 어디일까?
최근 1년간 시리즈 A 라운드를 진행한 ICT 서비스업종 153곳을 서비스 분야별로 쪼개봤습니다. ICT 서비스업 투자금(1조2302억원)의 22.3%(2741억원)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물류 자동화 솔루션에 몰렸습니다. 이어 자동차(2200억원), 금융·부동산(2071억원), 콘텐츠·엔터테인먼트(1665억원) 분야 소프트웨어 솔루션에도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이들 ICT 서비스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인공지능(AI)입니다. PC→인터넷→모바일로 발전하는 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머신러닝과 AI 기술이 성숙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사업화로 구현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부사장은 AI 기술 발전의 트렌드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PC·인터넷·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덕분에 머신러닝과 AI 기술이 발전했죠. 지금은 이런 AI 기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AR(증강현실)‧드론‧자율주행‧로보틱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다음은 뭐냐고요? '사만다'와 '자비스'가 등장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되겠죠.

#8 커지는 팬테크(Fan-tech) 시장

스타트업으로 흘러 들어간 VC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지식재산권(IP)의 범위가 캐릭터, 팬덤으로 확대되는 게 뚜렷합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팬테크, 팬덤 비즈니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죠.

바야흐로 캐릭터 IP가 돈이 되는 시대입니다. 연예인들의 ‘부캐(부가적인 캐릭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난해 9월 시리즈 A 라운드에서 12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오리진은 50억원 규모 펀딩을 받았습니다. 조항수 카카오프렌즈 전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캐릭터 IP 브랜드를 개발하고 디자인합니다.

‘원조’ 팬덤 비즈니스 플랫폼 위버스의 핵심 멤버들이 설립한 비마이프렌즈는 지난 1월 8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플랫폼을 표방하는데요. 크리에이터가 팬과 직접 소통하면서 팬덤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직구’나 ‘역직구’ 같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향후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도입해 각 크리에이터의 플랫폼에서 콘텐츠 쇼케이스를 열고 이를 교환‧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시간 음악차트 ‘한터차트’를 운영하는 한터글로벌은 케이팝 팬 커뮤니티 앱 ‘후즈팬’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640만명을 확보했습니다. 한터글로벌은 지난 3월 실리콘투로부터 5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받았습니다.

3D 아바타 기반 팬덤 활동 커뮤니티 플랫폼 스탠월드코리아(35억원),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팬 멤버십 플랫폼 팬딩(20억원) 등 팬테크 업체들도 잇따라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9 3%의 선택을 받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

최근 1년간 진행된 시리즈 A 투자금액 가운데 3%가량이 블록체인 기업에 흘러 들어갔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으로는 13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블록체인 인프라, 게임, 조각 투자 플랫폼, 가상자산 거래소, 디지털 아트 NFT 분야 기업들입니다.

VC 업계 최대 화두가 블록체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VC가 본격적인 투자에는 신중한 편입니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곳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학범 컴퍼니케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이후 수많은 기업이 사라진 것처럼 지금 블록체인 기업 어디가 살아남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VC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환전→여신→가상자산화→자산관리로 점차 블록체인 투자 생태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곳들은 코인 관련 기업보단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기업이 많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QR 코드를 활용한 유통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블록오디세이는 3월 블록체인 분야 최고 투자금인 358억원을 유치했습니다. ‘SCANUS’에서 간단한 QR 코드 스캔으로 상품 생산부터 구매 과정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물류 유통 분야 서비스다 보니 SK네트웍스, KT&G 등 대기업들도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섰습니다.

물류 자동화는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는 분야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5월 3일 Kakao i LaaS(Logistics as a Service)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AI 기반으로 화물업체(화주)와 물류센터(회원사)를 연결하고 판매, 주문, 창고 관리까지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물류 생태계 플랫폼입니다.

파이랩테크놀로지(DApp과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위한 스마트 콘트랙트 미들웨어 플랫폼)와 헥슬란트(블록체인 기술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는 올해 들어 각각 100억원, 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블록체인 투자 인프라를 가장 활발하게 확장하는 기업으로 DSRV랩스가 꼽힙니다. 회사는 기업들이 손쉽게 지분증명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4월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클링크'를 개발한 콘스트를 인수했습니다.

DSRV랩스는 네이버가 투자하며 주목받았는데요. 지난해 6월 삼성전자 산하 CVC인 삼성넥스트와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습니다.

크로스 블록체인 앱 개발을 위한 스마트 콘트랙트 개발 엔진 기업 수호아이오는 위메이드트리로부터 5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이밖에 암호화폐 거래소 플루토스디에스와 스트리미도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10 코인 대신 P2E‧NFT‧조각투자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VC 업계 내에 암호화폐나 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는데요. 코인의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코인보다 P2E(돈버는 게임)가 더 실체가 있는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게임회사 위메이드, 미래에셋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멋쟁이사자처럼(이하 멋사)은 코딩 교육에서 P2E 대체불가능자산(NFT) 게임회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경우인데요. 이두희 멋사 대표가 설립한 자회사 라이크라이온은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P2E NFT 카드 게임인 '실타래'를 개발했습니다. 실타래는 총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으로, 총 5장의 실(SYL) 카드로 덱을 구성해 이용자끼리 서로 겨루는 방식입니다. 멋사는 직접 실타래 NFT를 창작해 높은 IP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NFT 아트 시장도 더불어 커지고 있습니다.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지난 2월 NFT 아트 플랫폼 엑스바이블루에 5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엑스바이블루는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인데요. 서울옥션 창업주의 둘째 아들 이정봉 대표가 이끄는 엑스바이블루는 국내 NFT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대상 인기몰이를 했던 조각 투자 플랫폼도 투자자(홀더) 기록을 보관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플랫폼 루센트블록과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 중개 플랫폼 펀블은 올해 들어 각각 170억원, 5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위메이드트리 등에서 92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또 다른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테사는 지난해 12월 네이버 계열 VC인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4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11 콘텐츠 몸값 키우는 메타버스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시장도 더불어 커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각특수효과(VFX) 제작사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VFX는 흔히 ‘CG(컴퓨터 그래픽)’라고 불리는데요. 현실 세계와 CG를 이용한 가상 배경을 실시간으로 병합해 촬영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싼 VFX 제작사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입니다. 지난 3월 시리즈 A 라운드에서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숨에 유치하며 1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설립 13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죠. 이 회사는 걸그룹 에스파의 인공지능(AI) 아바타인 ‘ae(아이)' 개발을 맡았고, 배우 유아인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특수효과에도 참여했습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 AHC의 운영사 카버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상록 스탠더스 회장이 창업자인데요. 이 회장은 2017년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에 AHC를 약 3조원에 매각하며 ‘창업 대박 신화’를 쓴 인물입니다.

다른 VFX 제작사로는 엔진비주얼웨이브(100억원), 비브스튜디오스가 잇따라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콘텐츠랩블루(100억원), 스튜디오이온(60억원), 엠젯패밀리(40억원), 유주얼미디어(36억원) 등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줄줄이 투자를 유치하며 몸값을 높였습니다.
이민홍 카펜스트리트 대표는
이민홍 카펜스트리트 대표는 "1850년대 미국 서부에 ‘골드러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곡괭이와 청바지가 불티나게 팔린 것처럼 메타버스 시대에 콘텐츠 제작 관련 소프트웨어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대 콘텐츠 시장이 커질 수록 관련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들도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3D 디자인소스를 사고파는 오픈플랫폼 ‘에이콘3D’를 운영하는 카펜스트리트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카펜스트리트는 건축용 3D 디자인소스를 웹툰에 접목해 웹툰 작가들의 노동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주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액션파워(133억원), 텍스트만 넣으면 AI 휴먼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라이언로켓(65억원)도 콘텐츠 제작용 AI 기업으로 몸값을 높였습니다.

#12 왜 기업용 협업툴에 몰려드나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B2B SaaS)과 물류 자동화가 두 축입니다.

북미 유니콘의 80%가 클라우드에 기반한 B2B SaaS일 정도로 시장이 활발합니다. 국내는 태동기이지만 넥스트 ‘빅싱(Big Thing)’은 SaaS에서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큰데요. 특히 기업용 협업도구(협업툴) 시장 경쟁이 뜨겁습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이 비대면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도 ‘네이버웍스’를 선보이며 시장경쟁에 가세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스윗테크놀로지는 ‘올인원’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용 협업툴 슬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스윗’ 화면에서 슬랙, MS오피스, 구글 메일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강점입니다.

온라인 화이트보드 기반의 비주얼 협업툴 ‘알로’(SW 개발사 오시리스시스템즈), 리서치와 문서작성 소프트웨어 ‘타입드’(비즈니스캔버스), 업무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 ‘클로바인’(헤븐트리), 하나의 문서로 함께 만드는 협업툴 ‘콜라비’(콜라비팀), 매장 직원의 스케줄 및 업무관리 등 현장 직원을 위한 협업툴 ‘샤플’(샤플앤컴퍼니)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협업툴이 줄줄이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밖에 인사관리, 회계‧세무, 품질검사 등 다양한 부문에서 B2B SaaS 스타트업들이 많았는데요.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을 운영하는 두들린, AI 기반 세금신고 서비스 ‘쎔’을 제공하는 널리소프트, 기업의 비용정산 및 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SaaS)을 제공하는 스팬딧, AI로 품질검사(QA)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치비스미스 등이 투자받았습니다.

#13 AI 분야 ‘핫’한 기업은?

AI 분야에서는 업스테이지와 보이저엑스가 ‘핫’한 스타트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3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 출신들이 202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AI 관련 기술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에 '데이터 라벨링' 도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금융, 교육,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네이버 클로바 AI 리더를 지낸 김성훈 대표, 네이버 클로바 OCR/Visual 리더 출신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 파파고 번역기 모델링 리더를 지낸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보이저엑스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과 카메라 앱 'B612' 등을 개발한 '천재 개발자' 남세동 대표가 2017년 만든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AI 기반 영상 편집기인 '브루'와 모바일 스캐너 앱 '브이플랫' 등을 선보였습니다. 브루는 워드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편집하듯 쉽고 빠르게 영상을 다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고요. AI가 영상 속 음성을 분석해 자동으로 자막을 만들어주고 번역을 도와줍니다. 브이플랫은 AI가 문서나 책의 곡면을 분석해 자동으로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게 장점입니다.

이외에도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줄줄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클라우드 기반 대규모 AI 모델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렌들리에이아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딥러닝 데이터 라벨링 기술을 가진 에이모,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도록 돕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솔루션 기업 클로아, 공정 설비 분석을 기반으로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즐, AI 기반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아인시스아이엔씨 등이 있습니다.

#14 규제 이슈 남은 디지털 의료

코로나19 사태로 30개 넘는 원격의료 플랫폼이 생겨났는데요. 원격진료부터 약 배송까지 비대면으로 서비스하는 의료 앱 1위 닥터나우에서 원격 진료받은 환자 수는 지난 3월 누적 기준 400만명이 넘습니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새한창업투자, 크릿벤처스, 해시드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원격의료 플랫폼은 규제 이슈가 남았는데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2020년 2월부터 전화 상담과 처방 등 원격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원래라면 의료법, 약사법상 원격 진료, 원격 환자 모니터링, 의약품 배송 등이 모두 불법입니다. VC 업계는 코로나 상황이 끝난 이후에도 원격진료가 허용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뇌 질환 디지털 치료제 기업 로완도 지난 2월 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로완은 치매예방 인지 중재 치료프로그램인 슈브레인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소프트웨어 투자는 활발하지만 바이오‧의료업종 투자 규모는 올해 들어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4~12월까지 9개월간 바이오‧의료업 시리즈 A 투자금액은 5076억원이지만, 올해 1~3월까지 3개월간 투자금액은 767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해엔 뇌 질환 치료제 기업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300억원), 신장 결석 제거 로봇 기업 이지엔도서지컬(300억원),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기업 온코인사이트(215억원) 등 대규모 투자가 줄줄이 이어졌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CDMO 생산개발업체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210억원), 의료용 내시경 시스템 메디인테크(80억원) 당뇨병 치료제 아울바이오(72억원), VR 안과 검사기 엠큐렉스(65억원), RNA 조절 네트워크를 이용한 면역 항암제 네오나(27억원) 등 9개 업체만 투자받았습니다.

#15 카카오 뛰어넘은 모빌리티 회사는?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아이엠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가 시리즈A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지난 1월 에버베스트파트너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을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는데요. 기업가치는 벌써 2300억원에 달합니다.

이 회사는 대형 카니발 택시를 전문으로 호출해주는 아이엠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납금 제도가 아닌 월급제를 채택하고 있어 기사들에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통한 높은 근무 만족도를 제공하고요.

아이엠택시는 지난해 2월 서비스 출시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택시 면허 1200여 개를 확보해 직영 택시 규모로만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를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최근엔 대형 택시 법인인 대한상운, 삼광교통, 경안운수 등을 인수해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1500여 대까지 차량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택시 동승 중개플랫폼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는 지난해 휴맥스로부터 35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휴맥스는 '벤처 1세대'로 꼽히는 변대규 회장이 1989년 창업한 회사인데요. 기존 셋톱박스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018년 이후 휴맥스모빌리티를 비롯해 17개 이상의 모빌리티 관련 기업을 인수해왔습니다.

최근 1년간 휴맥스가 시리즈 A 라운드에 투자한 스타트업만 5곳인데요. 코나투스 외에 노인요양시설 중개 플랫폼 ‘케어닥’, 전동 킥보드 공유기업 더스윙,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 ‘찜카’를 운영하는 네이처모빌리티, 고급 차량 호출 서비스 레인포컴퍼니에 투자하며 ‘모빌리티 제왕’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밖에 사무실 간식 정기배송 업체 스낵포, 점심 구독 서비스 ‘위잇’을 운영하는 위허들링, 화훼시장 새벽 배송 서비스업체 오늘의 꽃,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를 운영하는 담화컴퍼니 등이 줄줄이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16 현대차가 찜한 자율주행 분야 최강자

자율주행 분야 기술기업으로는 8곳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포티투닷은 지난 2월 시리즈 A 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총 14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요. 2019년 현대차가 시드 투자에 나선 포티투닷은 대중교통부터 배송까지 통합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TAP’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D 라이다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토르드라이브(200억원), 라이드플럭스(165억원), 오토노머스에이투자(160억원)가 각각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프링클라우드는 지난 1월 만도, 신용보증기금 등을 대상으로 180억원을 조달했으며, 머신러닝 기반 자율주행 트럭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마스오토는 지난 3월 15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사실 자율주행, AI 등 고부가가치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 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혁신에 뒤처진 대기업이 문제인가, 당장 돈벌이에 급급한 VC가 문제인가, 어려운 기술을 사업화할 인적 역량이 부족한 것일까... “우리 경제의 자본력이 테슬라를 만들어낼 수준이 못 된다”는 한 기관투자가의 자조적인 평가가 귓가를 맴돕니다.

※ 1,2부에 걸쳐 소개한 '시리즈 A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16가지 공식'을 마무리합니다. 3부에서는 '벤처투자 '파티'는 끝났지만 시리즈 A 투자에 진심인 VC'를 살펴봅니다.

허란/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