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만성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정식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미국 바이오기업 버브테라퓨틱스가 뉴질랜드에서 심혈관 치료제 후보물질 VERVE-101의 임상 시험 승인을 받으면서다.

버브는 뉴질랜드에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HeFH) 치료제 후보물질인 VERVE-101의 임상시험(CTA) 허가를 받았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달 중순 안에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버브가 VERVE-101의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하반기 영국과 미국 허가 당국에 각각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임상 1상 시험 초기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VERVE-101는 간에서 PCSK9 유전자를 편집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질단백질-콜레스테롤(LDL-C)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치료제다. LDL-C가 혈액 속에 많이 쌓이면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이 생기기 쉽다. VERVE-101는 유전적 문제 탓에 혈액 속에 LDL-C 수치가 계속 높아지는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삼았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VERVE-101을 1.5mg/kg 주입한 동물모델은 혈액 속 PCSK9 단백질이 평균 89% 줄었고 LDL-C는 68% 감소했다. 이 후보물질을 0.75mg/kg 주입한 동물모델은 PCSK9 단백질이 평균 69%, LDL-C 수치가 50% 줄었다. 한 번 주사로 효과가 1년 가량 지속됐다. 치료 후 간 독성 등 장기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고지혈증 치료제나 심혈관 질환 치료제는 약을 계속 복용해 질환을 관리하는 것을 돕는 방식이다. VERVE-101는 유전자를 편집해 이를 완치시키는 개념의 새로운 치료제다.

PCSK9는 간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대사에 영향을 주는 조절인자로 알려졌다. 암젠의 레파타, 리제네론의 프랄루엔트 등은 PCSK9를 타깃으로 한 항체치료제다. HeFH 환자 상당수는 기존 PCSK9 억제제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VERVE-101는 지질나노입자(LNP) 속에 가이드리보핵산(gRNA)과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넣어 타깃 부위까지 운반한 뒤 유전자가 아닌 염기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DNA의 이중나선을 자른 뒤 편집하는 유전자 편집과 달리 염기 하나를 바뀌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브는 환자군이 비교적 많은 심혈관 질환을 타깃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사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