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던 호텔 망고빙수…"이젠 DIY로 즐겨요"
회사원 손아름 씨(33)는 매년 여름마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사진)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손씨는 “8만원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빙수를 먹으려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며 “유행이라고 하니 먹어보고는 싶은데 예약하기가 쉽지 않아 레시피를 찾아 제조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반응도 좋았다”고 흐뭇해했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모디슈머가 늘어나고 있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란 뜻의 modify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sumer의 합성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고급 디저트, 명품 가방 등 자주 소비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 모디슈머의 타깃이다. 이들은 판매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비슷한 물건을 소유하고, 자신만의 창의성을 뽐내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유튜브에는 ‘집에서 만든 신라호텔 망고빙수’ ‘5성급 호텔 능가하는 망고빙수 레시피’ 등의 제목으로 관련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인기 영상은 조회 수 9만 건을 훌쩍 넘겼다. 서울신라호텔 역시 이달 초 공식 멤버십 SNS 계정을 통해 애플망고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했다.

SNS 영상대로 애플망고빙수를 제조해본 박수현 씨(29)는 “빙수를 만드는 데 재료값은 3만원 들었다”며 “신라호텔의 빙수 가격은 8만3000원인데 집에서 제조해 먹는 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의 쇼핑백을 활용한 리폼 가방 역시 모디슈머의 재창조 대상이다. 이 가방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종이 쇼핑백에 폴리염화비닐(PVC)을 덧대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PVC 비닐, 가죽, 가방 손잡이 드라이버, 나사 등이 포함된 PVC 가방 DIY 키트를 2만~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쇼핑백 역시 당근마켓에서 1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PVC를 덧대 만든 리폼 가방을 6개월째 들고 다니는 김주아 씨(37)는 “명품도 아닌 명품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내 개성이 들어간 창작물인 만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디슈머들은 직접 만든 물건으로 창의성과 개성을 과시하며 재미를 느낀다”며 “이들은 DIY·리폼을 통해 ‘고가 제품의 대체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로서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