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생겨도 가족 도움조차 싫어"...국민 20%는 '자발적 고립' 집단
19~60세 국민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은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등 어려움이 닥친 상황에서도 가족 등 타인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집단은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가 돼 복지정책가 잘 마련되더라도 사각지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1년 만 19~59세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사회참여, 자본,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분석한 내용을 12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조사에서 “귀하가 큰 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고 싶은 집단(희망)이 있겠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집단(가능)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예문을 제시하고, 두 가지 설문 응답 내용에 따라 집단을 4개로 구별했다.

조사 결과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곳도 있고 도움 받기를 바라는 '비배제 집단'은 65.6% △도움받을 곳은 있지만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발적 배제' 집단은 8.6% △도움받을 곳은 없지만 도움을 원하는 '비자발적 배제' 집단은 12.7% △도움 받을 곳도 없고 도움도 원하지 않는 '고립 집단'은 13.0%로 나타났다.

결국 도움 자체를 원하지 않는 집단(자발적 배제, 고립)의 비율은 21.68%에 달했다. 특히 도움 받을 곳도 없고 도움 자체도 원하지 않는 고립집단의 비율이 13%에 이르러, 도움 받을 곳도 있고 도움을 원하는 비배제 집단에 이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이번 설문에서 제외된 60세 이상 인구를 포함할 경우,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담당한 정세정 복지국가연구단 부연구위원은 "자발적인 배제를 선택한 이들의 정서 이면에는 연대거부, 관계 단절, 극단적 개인주의, 낮은 재분배에 대한 동의수준, 낮은 사회 참여 의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회의 부정이나 비리를 바로 잡기 위해 사회 참여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립 집단과 자발적 배제 집단의 응답률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고립집단'의 경우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이 될 확률도 희박하다"며 "이들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처해져 고독사나 은둔형 외톨이, 가족 살해 후 자살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이런 문제를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사회배제와 관련한 연구는 도움이 필요한 집단이 누구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국가 지원체계 구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희망하지 않아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포착해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