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드라마' 잘나가는데…'제주 기업들' 주가 성적표는? [박병준의 기승쩐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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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아마 돈(주식) 얘기와 어제 본 TV 얘기일 겁니다. 만약 그 둘을 잇는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올까요. 모든 게 주식으로 귀결된다는 뜻인 [기승쩐株]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예능,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종목'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뜻밖의 기업 소개를 통해 재미와 투자 정보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1) '우리들의 블루스'와 제주 기업들 “너는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자랑이었어. 근데 이 아방이 창피해?”
제주 사투리가 안방극장을 적시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얘기입니다. 이병헌·신민아·최영준·박지환 등 배우들의 열연이 매회 호평을 받는 가운데 눈물 쏙 빼는 스토리도 인기 요인 입니다. "역시 노희경 작가"란 찬사도 들립니다.
시청률은 회차를 거듭하며 고공행진 중 입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7.3%로 시작한 시청률은 10회 11.2%로 껑충 뛰었습니다. '셀럽'들의 애청 인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는 본인의 SNS 계정에 "The drama of my life", "다음 화 얼른 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찐팬'임을 밝힌 셈이죠.
해외에서도 이 '제주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주(5월2~8일) 베트남에서 TV쇼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이외에도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K드라마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제주 이름을 가진 기업들의 증시 성적은 어떨까요. 대표적인 기업으로 제주항공이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13일 2.5% 오른 2만4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들어 12% 올랐죠.
같은 기간 코스피가 13% 떨어진 것과 대비 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30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0억원 손실을 냈던 것보다는 개선된 수치입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매출 회복 시점은 일본과 동남아 노선이 살아나는 하반기로 전망한다"며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빨리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음료주 가운데서는 제주맥주가 있습니다. 국내 수제 맥주 기업으로는 첫 상장사입니다. 제주맥주 주가는 13일 2490원에 마감했습니다. 전날보다는 1.01% 상승했지만 최고가(6040원) 대비 59% 떨어진 수준입니다. 만년 적자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에는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스톡옵션 1만3000주를 매도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임원진이 자사주를 대거 팔았다는 건 다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죠.
다만 최근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12일 제주맥주는 CJ제일제당과 손잡고 싱글족을 겨냥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국내 수제 맥주 1위 업체와 글로벌 K푸드 기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올 하반기에 첫 번째 프로젝트가 공개된다고 하네요. 제주맥주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지 기대 됩니다. 이밖에도 제주반도체, 제주은행이 있습니다. 제주반도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초강대국' 공약의 수혜주로 꼽힙니다. 지난달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리고 반도체 설비 투자비의 최대 40~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13일 주가는 전날보다 3.14% 오른 5260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올 들어 22% 하락한 수준입니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라 향후 발표될 1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제주은행 주가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근 악재가 가득한 증시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입니다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4.8% 감소한 점은 아쉽습니다.
P.S = 극 중에서 동석(이병헌)은 아들 양육권을 빼앗긴 뒤 오열하는 선아(신민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상황은 다르지만 이 대사가 하락장을 버티고 있는 개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