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새로운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선보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던 구글이 정보기술(IT) 기기를 자체 개발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T업계에선 구글이 애플에 맞서는 동시에 삼성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11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고 픽셀 워치를 비롯해 중저가형 스마트폰인 ‘픽셀 6a’,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등 자체 개발한 IT 기기를 공개했다.

구글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첫 번째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 출시를 공식화했다. 원형의 볼록한 돔 모양 시계 페이스에 크라운과 버튼 등을 탑재했다. 구글은 지난해 웨어러블 업체 핏빗을 인수하며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스마트워치 시장에 참전할 준비를 마쳤다. 픽셀워치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소프트웨어가 적용된다. 구글맵과 구글의 전자지갑 기능 ‘구글 월렛’ 등이 들어갔다.

구글은 올해를 ‘픽셀 생태계’를 구축하는 원년으로 삼았단 분석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픽셀 패밀리’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개발한 픽셀 워치를 소개한다”며 “픽셀 워치를 비롯해 픽셀 폰, 픽셀 버즈 등 IT기기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이 다양한 하드웨어를 경험할 수 있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적용된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도 올여름 내놓는다. 애플의 에어팟과 삼성 갤럭시 버즈를 겨냥한 것. 구글이 자체 제작한 반도체인 구글 텐서를 탑재한 태블릿 출시를 예고하며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 사업에도 뛰어든다.

이날 구글은 가격을 449달러(약 57만원)에 책정한 중저가형 스마트폰 픽셀 6a도 공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52s(출고가 59만9500원)와 가격대가 비슷하다.

구글은 그동안 하드웨어 개발에 매진하지 않았다. 2016년 구글은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스마트폰 ‘픽셀’을 내놓은 뒤로 시장점유율 5%를 밑돌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구글의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대였다. 같은 기간 애플은 54%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28%)이 뒤를 이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을 공략한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와 아이폰 이용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픽셀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을 키운 뒤 픽셀 워치, 픽셀 버즈 프로 등 관련 기기의 매출을 늘리려는 의도다. 릭 오스테를로 구글 수석부사장은 “최근 픽셀6와 픽셀6프로 판매량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며 “공급망 문제가 아니었다면 더 많이 팔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의 맞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 통합에 나선다고 공언했다. 올해 구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아직 포화상태가 되지 않은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1위는 애플(30%)이 차지했다. 삼성전자(10%), 화웨이(7%)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지 않은 스마트 워치 시장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픽셀 워치는 같은 OS를 활용하는 갤럭시 워치를 상대로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