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로슈 TIGIT 쇼크' TIGIT, 글로벌 임상 15개…IDO·IL-2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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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비소세포폐암(NSCLC) 후보군으로 주목 받았던 로슈의 '티라골루맙'이 임상 3상시험에서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됐던 이 후보물질은 항TIGIT 치료제 선두주자로 꼽혔다. 일각에선 항TIGIT 파이프라인이 인돌아민 2,3 이산화소화효소(IDO) 억제제, 인터루킨(IL)-2 치료제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로슈, TIGIT '주력 임상' 목표달성 실패
12일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클리니컬트라이얼닷컴에 다르면 항TIGIT를 활용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15개에 이른다. 신약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 가장 많은 836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연구가 로슈의 티라골루맙을 활용한 스카이스크래퍼01이다. 로슈는 전날 이 임상시험에서 정해진 지표를 충족시키는 데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스카이스크래퍼01는 PD-L1 수치가 높은 전이성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티라골루맙과 PD-1 타깃 치료제인 티센트릭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성엔 문제가 없었지만 1차 평가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전제 생존기간(OS)은 데이터를 쌓기에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비 개러웨이 로슈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첫 분석에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 연구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기 위해 OS를 확인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TIGIT이 암 치료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로슈, 자궁경부암·식도암 치료제로도 개발 티라골루맙은 항체 끝 부분인 Fc를 온전히 살려 면역세포의 TIGIT와 결합하는 방식의 면역관문억제제다. TIGIT는 T세포, NK세포 등에 많은 수용체다. 암세포의 PVR리간드(CD155) 등과 결합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개발이 시작된 파이프라인이 항TIGIT이다. 항체 등이 TIGIT에 대신 달라 붙어 암세포가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기전을 막는 것이다.
로슈가 티라골루맙 임상시험에서 유효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TIGIT 임상시험인 스카이스크래퍼02에서도 유효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임상시험은 대상 질환의 특성 탓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로슈 측도 NSCLC 대상 임상시험인 스카이스크래퍼01에 더욱 집중해왔다. 이번 좌절이 더 뼈아픈 이유다.
로슈는 티라골루맙을 활용해 10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자궁경부암, 식도암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두경부암, 식도암 치료제로도 티라골루맙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로슈 측은 해당 임상시험이 실패라는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올해 남은 자궁경부암과 식도암 데이터에 따라 티라골루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로슈의 티라골루맙은 다른 항TIGIT 후보군보다 우월한 데이터를 보여줬던 물질이다. 이 때문에 로슈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항TIGIT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MSD·길리어드 등 후발주자 대기 중
항TIGIT 파이프라인 중 MSD의 비보스톨리맙, 노바티스(베이진 공동)의 오시퍼리맙, 길리어드(아쿠스 공동)의 돔바날리맙도 신약 허가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보스톨리맙, 오시퍼리맙은 티라골루맙과 같이 Fc를 온전히 살린 항TIGIT이다. 돔바날리맙은 Fc를 제거한 항TIGIT 파이프라인이다.
MSD는 항PD-1 치료제인 키트루다를 활용해 로슈의 티라골루맙과 비슷한 임상시험을 설계해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시점이 가장 빠른 것은 내년 3월 임상시험이 끝나는 NSCLC 대상 키바이브002 연구다. 키트루다와 비보스톨리맙 병용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것으로 1차 충족변수는 PFS로 잡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메레오는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코헤러스, 이노벤트, 아쿠스, 컴퓨겐, BMS 등도 임상 1상 단계의 항TIGIT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표 사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 시젠은 Fc 부분을 활성화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TIGIT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엔 큐로셀이 PD-1과 TIGIT를 억제하는 CD19 CAR-T 치료제인 CRC01 임상 1·2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YH-29143, 와이바이오로직스의 YBL-012 등도 전임상단계 항TIGIT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고형암 치료제로 항TIGIT 후보물질인 HL187 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내년 1상 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동화약품도 2020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DW2008'가 TIGIT를 타깃으로 개발한 물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로슈, TIGIT '주력 임상' 목표달성 실패
12일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클리니컬트라이얼닷컴에 다르면 항TIGIT를 활용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15개에 이른다. 신약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 가장 많은 836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연구가 로슈의 티라골루맙을 활용한 스카이스크래퍼01이다. 로슈는 전날 이 임상시험에서 정해진 지표를 충족시키는 데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스카이스크래퍼01는 PD-L1 수치가 높은 전이성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티라골루맙과 PD-1 타깃 치료제인 티센트릭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성엔 문제가 없었지만 1차 평가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전제 생존기간(OS)은 데이터를 쌓기에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비 개러웨이 로슈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첫 분석에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 연구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기 위해 OS를 확인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TIGIT이 암 치료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로슈, 자궁경부암·식도암 치료제로도 개발 티라골루맙은 항체 끝 부분인 Fc를 온전히 살려 면역세포의 TIGIT와 결합하는 방식의 면역관문억제제다. TIGIT는 T세포, NK세포 등에 많은 수용체다. 암세포의 PVR리간드(CD155) 등과 결합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개발이 시작된 파이프라인이 항TIGIT이다. 항체 등이 TIGIT에 대신 달라 붙어 암세포가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기전을 막는 것이다.
로슈가 티라골루맙 임상시험에서 유효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TIGIT 임상시험인 스카이스크래퍼02에서도 유효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임상시험은 대상 질환의 특성 탓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로슈 측도 NSCLC 대상 임상시험인 스카이스크래퍼01에 더욱 집중해왔다. 이번 좌절이 더 뼈아픈 이유다.
로슈는 티라골루맙을 활용해 10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자궁경부암, 식도암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두경부암, 식도암 치료제로도 티라골루맙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로슈 측은 해당 임상시험이 실패라는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올해 남은 자궁경부암과 식도암 데이터에 따라 티라골루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로슈의 티라골루맙은 다른 항TIGIT 후보군보다 우월한 데이터를 보여줬던 물질이다. 이 때문에 로슈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항TIGIT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MSD·길리어드 등 후발주자 대기 중
항TIGIT 파이프라인 중 MSD의 비보스톨리맙, 노바티스(베이진 공동)의 오시퍼리맙, 길리어드(아쿠스 공동)의 돔바날리맙도 신약 허가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보스톨리맙, 오시퍼리맙은 티라골루맙과 같이 Fc를 온전히 살린 항TIGIT이다. 돔바날리맙은 Fc를 제거한 항TIGIT 파이프라인이다.
MSD는 항PD-1 치료제인 키트루다를 활용해 로슈의 티라골루맙과 비슷한 임상시험을 설계해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시점이 가장 빠른 것은 내년 3월 임상시험이 끝나는 NSCLC 대상 키바이브002 연구다. 키트루다와 비보스톨리맙 병용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것으로 1차 충족변수는 PFS로 잡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메레오는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코헤러스, 이노벤트, 아쿠스, 컴퓨겐, BMS 등도 임상 1상 단계의 항TIGIT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표 사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 시젠은 Fc 부분을 활성화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TIGIT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엔 큐로셀이 PD-1과 TIGIT를 억제하는 CD19 CAR-T 치료제인 CRC01 임상 1·2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YH-29143, 와이바이오로직스의 YBL-012 등도 전임상단계 항TIGIT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고형암 치료제로 항TIGIT 후보물질인 HL187 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내년 1상 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동화약품도 2020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DW2008'가 TIGIT를 타깃으로 개발한 물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