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유학생들 '한숨'
“방값만 아마 20%는 더 내야 할 거예요. 아 진짜 큰일인데….”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미국 유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물건 결제 가격이 오르자 해외 직구를 포기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12일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91원까지 오르며 5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달러당 약 1100원이던 작년 초와 비교하면 1년5개월 사이 17%가량 껑충 뛰었다.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에 다니는 강모씨(25)는 “한 달 방세가 1900~2000달러, 식비는 1000~1200달러 든다”며 “환율이 몇 십원만 올라도 매월 수십만원을 더 지출한다”고 말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도 문제다. 올 들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상승하고 있다. 4년간 미국 주재원 생활을 하다 부인과 딸을 두고 돌아온 대기업 차장 전모씨(44)는 “주재원 시절보다 줄어든 국내 월급으로 매달 송금하다 보니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까지 쓰고 있다”고 했다.

해외 직구족의 구매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DSW’에서 67.94달러에 팔리는 컨버스의 ‘척테일러 올스타’ 운동화는 원화 환산 가격이 8만7000원으로 올랐다. 각종 수수료와 배송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쇼핑몰 거래 가격인 8만5500원보다 1만원 이상 높아졌다. 아마존에서 105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크리스찬디올의 향수 ‘소바쥬 오 드 뚜왈렛’ 60mL 제품은 원화 가격이 약 10만3400원까지 올라 국내 정가 10만6000원과 비슷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해외 현지 여행사(랜드사)들은 고환율 쓰나미에 휩싸이면서 재기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숙박비, 식비, 교통비, 관광지 요금 등 지상비가 여행상품을 판매한 시점보다 대폭 올라가면서 손해가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도 현지 화폐가 아니라 달러로 지상비를 결제한다. 인도네시아 전문 랜드사를 운영하는 송기화 대표는 “올가을 발리 허니문 상품 가격을 달러당 1250원 기준으로 잡았는데 환율이 계속 올라 걱정”이라며 “현지 물가도 많이 올라 양쪽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