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尹은 수용 빨라…당이 '정책 드라이브' 걸겠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국민의힘은 5년 만에 여당 지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당과 대통령 간 화학적 결속은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 강하지 않다. 윤 대통령이 정치권 출신이 아닌 탓이다. 정권 초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당과 정부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다. 윤석열 정부에선 당의 정책을 발굴하고 정부 부처와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정책위원회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약 사항이 아니더라도 여당이 나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보수적이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부 관료를 대신해 ‘그립(주도권)’을 세게 잡겠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인 성 의장은 지난달 11일 정책위 의장에 임명됐다. 1999년 환경·에너지 기업인 엔바이오컨스를 창업해 15년간 경영한 기업인 출신이다.

성 의장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과 성공을 위해 당이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며 “관료들이 잘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데 필요할 때는 당이 그런 부분을 확 깨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옳은 이야기를 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면 수용성이 굉장히 빠른 인물”이라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개혁적인 성향이어서 소통과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 의장은 “정부 계획과 별개로 부동산 정책을 준비해 추진할 것”이라며 “임대주택 지원과 택지개발 확대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정책은 시장의 요구를 얼마나 흡수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1기 신도시 다섯 곳의 재건축 등에 대한 특별법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성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중도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이날 성 의장은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 단체로부터 ‘자랑스러운 5·18 광주인상’을 받았다.

성 의장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도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민간을 중심으로 한 성장이라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 다르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그 성장은 반도체와 자율주행 등 신산업 중심의 성장으로, 기존 산업에서 나타나는 갑질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서는 “소상공인 1인당 600만원 이상 지원과 버스기사 및 프리랜서 등에 대한 지원 등은 당이 나서서 관철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 의장은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을 잡았다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 하면 망한다.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은 이유가 그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의 70%까지만 한다는 자세로 야당과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