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지 120년사 그시대 정신 담아내
한국의 잡지사(史)는 126년 전인 1896년 시작됐다. 그해 2월 대조선 일본유학생친목회가 도쿄에서 ‘친목회 회보’를 창간했고, 9개월 뒤에는 서울에서 독립협회가 ‘대조선 독립협회 회보’를 펴냈다.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은 국내 1호 종합 잡지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런 한국 잡지사를 되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회장은 12일 간담회(사진)를 열고 “오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 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며 “잡지 창간호의 가치와 의의, 120년 한국 잡지가 담아온 시대 정신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4명의 연구자가 나와 연구 성과를 요약 발표했다.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잡지가 한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애국 시인 김동환은 ‘삼천리’ ‘만국부인’ 등의 잡지를 발행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했고, 잡지 출판인인 차상찬은 ‘개벽’을 발행해 식민지 민중의 궁핍한 생활상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인천대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희주 씨는 1940~1990년대 창간된 교육잡지들의 창간사를 분석해 교육관의 변화를 짚어냈다. 그는 “잡지 창간사는 당대 교육인, 지식인, 문화인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출사표”라고 설명했다.

한국 잡지는 12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1980년 정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위축됐던 잡지 시장은 1988년 자유화와 함께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잡지산업 매출은 7775억원이다. 2012년 1조8625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잡지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6년 4931종까지 줄었던 잡지가 지난해 5495종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시즌’ ‘어션 테일즈’ ‘NFT 매거진’ 등의 잡지가 새로 나왔다. 리움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도 이달 문화예술 잡지 ‘와나(WANA)’를 창간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