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한달 전보다는 둔화된 데 대해 폭등세는 일단락됐지만 안정적인 하락세에 진입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12일 분석했다.

간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라 전월 기록한 8.5% 상승보다는 낮아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8.1% 상승은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상승으로 전달의 1.2% 상승보다는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보다는 높았다.

미국의 4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6.2%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인 전월 대비 0.4% 상승과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을 웃돌았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미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8개월만에 처음 하락하면서 고점을 지나게 됐다. 물가의 폭등세는 일단 완화돼 다행”이라면서도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또 주로 가격 변동성이 높은 항목들을 중심으로 둔화가 나타났기 때문에 안정적인 하락세에 진입했다고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4월 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 때문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고, 특히 나스닥 지수의 낙폭은 3.18%에 달했다.

문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둔화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에 의해 거의 대부분 설명된다”며 “전체 상승률이 0.9%포인트 낮아졌는데, 에너지의 기여도는 3월 +0.8%포인트에서 4월 –0.2%포인트로 1%포인트 낮아졌다. 에너지를 빼면 다른 물가 상승세는 오히려 소폭 커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근원 물가가 둔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내 수요가 더 늘지는 못하고 있지만,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의 축이 이동해 근원 물가의 하방은 보다 견고해질 수 있다”며 “특히 2분기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도 시작돼 여행이나 외식 등 리오프닝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가격 전가가 진행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저 효과로 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더 하락하겠지만, 물가 모멘텀의 실질적인 둔화는 완만하게 이뤄지면서 3분기 중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