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자금 보릿고개'에 직면한 제주항공이 연 7~12%대 고금리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승무원들이 돌아올 채비를 하고 하늘길도 속속 열렸지만 올해도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부족한 현금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 재차 유상증자에 나서거나 모회사인 AK홀딩스 등이 다시 자금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12일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 63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이달 26일에도 최대 870억원 규모의 채권형 영구채를 찍기로 했다. 두 영구채 만기는 30년이다. 영구채는 발행액만큼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만큼 재무구조가 나빠진 기업들이 즐겨 발행한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상당하다.

제주항공의 영구채 금리는 발행 후 1년 동안 연 7.4%로 결정됐다. 발행 후 1년 뒤인 내년 5월부터 금리는 연 12.4%로 껑충 뛴다. 이후 매년 1%포인트씩 금리를 올려주기로 했다. 영구채는 현금상환 만기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지만, 회사는 발행 시점으로부터 1년 이후 채권을 조기상환 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제주항공이 1~2년 뒤 이 영구채를 조기상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고금리 자금에 손대는 것은 자금조달 채널이 좁아 들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나날이 악화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막혔다. 이 회사는 저비용항공사(LCC) 경쟁이 격화된 데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9~2021년 누적 영업손실이 6858억원에 달했다. 손실이 쌓이고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부랴부랴 자금수혈에 나섰다. 작년 10월 29일에 유상증자를 진행해 2066억원을 조달했다. 모회사인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884억원을 지원했다. 작년 12월 28일에는 산업은행으로 대상으로 사모 전환사채(CB) 3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전방위에서 현금을 조달했지만, 재무구조 훼손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이 588.1%로 전년 말보다 149.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도 유동성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만 2803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현금성자산이 2952억원에 달하지만,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283억원)를 고려하면 올해 1669억원가량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매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설비투자까지 합치면 2000억원대 현금을 연내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채 발행이 막힌 만큼 자산매각, 고금리 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고금리 단기채를 담는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높은 금리의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유상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