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등 정부에서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당국, 시장 직접개입?…원·달러 1300원 코앞서 주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40전 내린 1284원2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88원60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4일(1293원) 후 1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전날 대비 2원20전 오른 1290원80전으로 거래를 시작해 한때 1291원까지 올랐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고점을 뚫지 못하면서 지난 6일부터 5거래일째 이어진 연고점 경신 행진도 멈췄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한 것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증시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649억원어치가량 순매수한 데 힘입어 전날보다 2.12% 오른 2603.24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외국인 순매수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온 것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과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윤 대통령),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하고 있다”(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의 발언이 시장에 전해진 뒤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일부 진정됐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에서 경계성 발언이 잇달아 나온 데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보유 달러를 파는 직접 개입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