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안 자른다"…4년째 '장발 투쟁'하는 이유는 [김병근의 남다른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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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결의를 다질 때 하는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삭발하는 경우도 있고, 상징성 있는 장소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전 세계 3위 LED(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대표(사진)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머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2018년 말부터 올해까지 4년 가까이 자르지 않은 머리가 현재 등과 허리 중간쯤까지 내려왔습니다.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유명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오너 기업인으로서 이렇게 긴 머리를 하는 건 흔치 않다는 평가입니다.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특허 침해 기업을 뿌리 뽑을 때까지 자르지 않겠다"는 겁니다. 서울반도체와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는 필립스, 파츠아이디 같은 글로벌 대기업을 비롯해 미국의 '특허 괴물' 도큐먼트시큐리티시스템스(DSS) 등과의 특허 소송에서 20년째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적이 무려 97전 97승입니다.
이 대표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 기른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반도체는 세계 LED 1위 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 특허 소송전에 휘말렸습니다. 니치아는 서울반도체의 백색파워 LED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6년 1월부터 네 건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정훈 대표는 2006년 처음 소송이 걸렸을 때 담배를 끊었습니다. 세계 1위 기업과 정면승부를 내기 위해선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마다 조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임직원 및 거래처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었던 겁니다. 당시 주변에선 "특허 사용료를 내고 적당히 합의하는게 낫다"고 설득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는 타협 대신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덩치는 작아도 기술력엔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9년 2월 두 회사는 서로의 특허를 인정하는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습니다. 니치아는 30여 건의 소송을 모두 취하했습니다. "사실상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서울반도체는 니치아를 비롯해 오스람, 필립스 등 내로라하는 LED 기업 모두와 특허 공유 계약을 맺은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소송전이 진행되는 건 당시 맺은 계약을 벗어난 내용의 특허 침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이정훈 대표는 2009년 모든 특허 소송전이 끝나고 나서야 머리를 잘랐습니다. 2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오랜 기간 머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고 소송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 침해가 계속되고 있어서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가 그만큼 많은 LED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K팝도 지식재산이 존중되지 않는 분위기에선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의 땀과 눈물로 일군 지식재산을 도둑질하는 기업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게 이정훈 대표의 철학입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특허 침해 기업을 뿌리 뽑을 때까지 자르지 않겠다"는 겁니다. 서울반도체와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는 필립스, 파츠아이디 같은 글로벌 대기업을 비롯해 미국의 '특허 괴물' 도큐먼트시큐리티시스템스(DSS) 등과의 특허 소송에서 20년째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적이 무려 97전 97승입니다.
이 대표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 기른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반도체는 세계 LED 1위 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 특허 소송전에 휘말렸습니다. 니치아는 서울반도체의 백색파워 LED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6년 1월부터 네 건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정훈 대표는 2006년 처음 소송이 걸렸을 때 담배를 끊었습니다. 세계 1위 기업과 정면승부를 내기 위해선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마다 조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임직원 및 거래처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었던 겁니다. 당시 주변에선 "특허 사용료를 내고 적당히 합의하는게 낫다"고 설득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는 타협 대신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덩치는 작아도 기술력엔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9년 2월 두 회사는 서로의 특허를 인정하는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습니다. 니치아는 30여 건의 소송을 모두 취하했습니다. "사실상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서울반도체는 니치아를 비롯해 오스람, 필립스 등 내로라하는 LED 기업 모두와 특허 공유 계약을 맺은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소송전이 진행되는 건 당시 맺은 계약을 벗어난 내용의 특허 침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이정훈 대표는 2009년 모든 특허 소송전이 끝나고 나서야 머리를 잘랐습니다. 2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오랜 기간 머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고 소송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 침해가 계속되고 있어서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가 그만큼 많은 LED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K팝도 지식재산이 존중되지 않는 분위기에선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의 땀과 눈물로 일군 지식재산을 도둑질하는 기업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게 이정훈 대표의 철학입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