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단 대폭 반등!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기다리던 반등 랠리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13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부터 오르더니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장 막판 상승세가 더 가속화됐고 S&P500 지수는 2.39%, 나스닥은 3.82% 급등했고 다우는 1.47% 올라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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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급락세가 이어지다 보니 전날 많은 기술적 지표가 과매도 상태임을 가리켰습니다.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6으로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황소(Bull)와 곰(Bear) 지수의 차이는 지난달 말 마이너스 43까지 떨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액티브펀드매니저협회(NAAIM)의 설문에선 이들의 주식 비중이 2년 내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전날 S&P500 지수는 베어마켓 진입 직전인 한때 52주 고가에서 19.9%까지 추락했었습니다. 기계적 '지정가 주문'(limit order) 덕택에 하락 폭을 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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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3900선으로 후퇴한 S&P500 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16.5배 수준까지 떨어져 역사적 평균으로 낮아졌습니다. 아이캐피털마켓의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전략가는 "S&P500 지수 3900선은 공정 가치에 가깝다"라면서 "이는 당분간 시장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라사펄리 설립자는 "애플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지속적 하락은 이번 매도세가 거의 마지막에 달했다는 희망적 관측을 제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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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중국 상하이시가 이달 중순까지 격리·통제 구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코로나 19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 점진적으로 봉쇄를 풀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가짜 계정이 5% 미만이라는 근거가 나올 때까지 거래를 일시 보류한다"라고 밝힌 것도 시장 전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트위터는 9.69%나 급락했지만, 시가총액이 훨씬 큰 테슬라가 5.71% 급등한 덕분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따른 마진콜 오버행(overhang) 위험이 감소한 덕분입니다. 전날 실적을 내놓은 어펌(Affirm Holdings)이 예상보다 적은 손실을 발표하고 가이던스를 높인 것도 고평가 기술주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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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세는 매우 크고 광범위했습니다. 90% 넘는 종목이 올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이는 종종 반등 시나리오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매수 모멘텀 신호로 간주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봉쇄가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에 라스베이거스샌즈(15.02%), 윈리조트(13.17%) 등 카지노 주식과 노르웨이지안크루즈(9.82%), 카니발(7.69%) 등 여행 주가 폭등했습니다. 또 엔비디아(9.47%) 마이크론(6.22%) 등 반도체주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폭으로 하락했던 애플(3.19%)과 마이크로소프트(2.26%) 아마존(5.73%) 넷플릭스(7.6%) 등 빅테크 주식도 다시 일어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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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상승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퍼지자 '안전자산' 채권엔 매도세가 몰렸습니다.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이번 주 내내 하락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1bp 상승한 2.932%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도 5.5bp 오른 2.566%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기보다, 전반적으로 위험 선호 심리가 커진 게 국채 수익률 상승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단 대폭 반등!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NPR 라디오 인터뷰에서 '75bp를 인상할 준비도 되었나'라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나빠지면 더 많이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바뀌는 전망에 적응해왔다"라고 답했지만 시장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원론적 답변이었고, 시장은 Fed가 6월과 7월에 50bp씩 올린 뒤 지켜보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반등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은 문제는 이런 반등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즉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전쟁과 중국 봉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S&P500 지수가 역사적 평균인 16배 수준 P/E에서 진 바닥을 형성하고 다시 상승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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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단기 하락 폭이 크다 보니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S&P500이 대략 4200선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4월 3개월간 거래 범위였던 4200~4700선의 하단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GFR매크로는 단기 반등 목표로 4200, 4300선을 제시했습니다. 이 회사는 그동안 60~70%씩 폭락한 고평가 기술주, 그리고 캐시 우드 주식의 하락이 끝났다며 여기서부터 상당한 반등(sizable bounce)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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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글로벌 주식은 항복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는 "거시경제 우려가 글로벌 주식을 훨씬 더 악화할 수 있는 항복 국면으로 몰아넣었다"라면서 "이에 따라 과거에 바닥에 도달하는 수준의 비관론과 변동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네드데이비스는 "지금 하락 뒤에 바닥을 형성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강세 모멘텀이 돌아오면서 시장 폭도 확대된다면 매수 기회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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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등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시장 바닥이 형성됐는지에 대해 "좋은 소식은 일부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공포와 혐오감은 약세장 랠리가 임박했다는 걸 암시하지만 우리는 주식의 궁극적 저점이나 금리의 궁극적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매달 실시하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에서 응답자들의 △현금 비중 △거시경제 전망 △기업 이익 전망 △단기 금리 전망 △자금 순 유출 등 아홉 가지로 이뤄진 '항복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이 중 세 가지(현금 비중, 거시경제 전망, 기업 이익 전망)는 충족했지만, 나머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넷은 항복의 핵심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는 투자자"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빅 원' 애플의 경우 100일 이동평균선이 137달러인데 그보다 주가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애플은 전날 138.8달러 저점을 찍은 뒤 142.56달러로 마감했었고, 이날은 3.19% 급등해 147.11달러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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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S&P500 지수는 전날 3860까지 떨어졌지만, 절대적 바닥은 아니라고 본다. 그게 올해 저점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올해 1월에도 9% 랠리가 있었고 3월에는 12% 랠리가 있었다. 그들 모두 진짜 바닥은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증시 대학살을 고려할 때 단기 랠리가 벌써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 우리는 그 지점에 있다. 4200까지 다시 올라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바닥과 꽤 일치하는 여러 지표가 있다. 러셀 3000지수 종목의 90%가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지는 걸 봤다. 하지만 통상 바닥에서 볼 수 있는 변동성지수(VIX) 곡선의 역전 현상(근월물이 원월물보다 치솟는 현상)은 얻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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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밈주식 등 고평가 주식이 다시 오르는데, 이는 여전히 시장에 돈이 많다는 뜻"이라며 "Fed는 이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물가를 잡기 어렵고, Fed는 강하게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에 대처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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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미시간대 5월 소비자 심리지수(예비치)가 59.1로 전달 65.2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월가 추정치 64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세부 지수중 현재 지수는 63.6으로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미래 지수도 6.2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입니다. 미시간대의 조애너 수 조사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소비자 마음의 최전선에 있다. 소비자들은 재정 상황, 경제 전망, 구매 조건 등과 관련된 설문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가전제품 등 내구재 구매 조건은 설문조사가 시작된 1978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향후 12개월간 자신의 소득이 인플레이션만큼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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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ed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향후 12개월간 5.4%, 향후 5~10년 동안은 매년 3%씩 오를 것으로 본 것입니다. 이는 Fed의 목표치 2%보다 훨씬 높습니다.

퓨리서치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나라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70%가 인플레이션을 꼽았습니다. 비싼 건강보험 비용(55%), 폭력적 범죄(54%), 총기 폭력(51%) 재정 적자(51%) 등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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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몰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그렇게 되면 경기가 둔화하면서(최악의 경우 침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S&P500 지수의 P/E를 구성하는 'E'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16배 수준이 유지되더라도 S&P500 지수는 하락할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의 경기 침체 동안 기업들의 EPS 감소 중앙값은 13%였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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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셋에 따르면 3월15일부터 5월12일까지 S&P500 기업 중 445개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가졌는데, 이중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기업이 377개, 85%에 달했습니다. 팩트셋이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입니다. 지난해 4분기 356개, 74%(500개 기업 중)를 훌쩍 넘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기업 이익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3월 31일 S&P500 기업의 EPS 증가율은 12.7%로 추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현재 이는 12.5%로 소폭 낮아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단 대폭 반등!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다음 주 4월 산업생산(17일), 소매판매(17일) 등 중요한 경제지표가 발표됩니다. 전미 주택건설협회(NAHB)의 설문조사(17일), 신규주택 착공(18일), 기존주택 판매(19일) 등 주택 관련 지표들도 많이 나옵니다.

Fed 위원들도 대거 발언에 나섭니다. 특히 파월 의장이 17일 오후 2시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 연설합니다. 시장에서는 어제 인터뷰 내용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월가가 주시하는 건 1분기 어닝시즌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과 경영진의 발언입니다. 17일 월마트와 홈디포, 18일에 타겟과 로우즈의 실적이 발표되는데요. 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에서 시장이 걱정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의 소비 현황, 그리고 인플레이션 변화 및 이에 따른 소비 전망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홈디포와 로우즈의 콘퍼런스콜에서는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둔화하고 있는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파월 의장의 연설 등 이벤트가 몰려있는 17일을 잘 넘겨야 하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