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느냐(buy), 사느냐(live)…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은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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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buy), 사느냐(live). 부동산,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아파트를 두고 항상 하게 되는 고민입니다.
정부에서 아무리 '집은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고 하지만 수십년간 축적돼 온 학습효과로 인해 수요자들의 '사려는(buy) 욕구'를 억누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어느 정부 때에서나 마찬가지였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서부터 주택 공급 확대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공약을 강력하게 강조한 영향이겠죠. '부동산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건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한국경제신문이 내로라하는 국내 부동산 전문가 77명에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견 건설사 대표, 대형 건설사 임원, 은행·금융회사 부동산 관련 부문 연구원, 부동산 개발 업체 대표, 대학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부동산 전문가 집단입니다. 물론 부동산 관련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에 속해 있다 보니 실수요자들의 생각이나 바람,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지만 솔직한 전문가들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새 정부 첫해 아파트 가격 전망을 물었습니다. 전체 응답자(77명)의 68.9%가 '오른다'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10명 중 1명 꼴로는 5% 이상 상승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바라는 실수요자들의 기대와는 조금 엇갈린 전망인데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첫해라는 단서에 유의해서 이유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공급 물량 공급 부족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펴도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최근 철근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유례없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미 각종 공사 현장에선 '지금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 이후 분양가 인상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죠. 한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게 다양한 부처, 산업, 경제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부문이라 획기적인 완화가 쉽지 않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부동산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답니다. 서울 주요 도심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긴 어렵다는 논리였죠.
그렇다면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양한 분포의 응답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대다수가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점쳤지만 내 집 마련 적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는 말입니다. 응답자의 22.1%는 올 하반기를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답했고, 20.8%는 내년 상반기를 지목했습니다. 16.9%는 내년 하반기를, 11.7%를 올 상반기를 꼽았습니다. 비슷한 비율로 다양한 시기가 언급됐는데요. 응답자의 가장 많은 28.6%가 당분간 주택 구매 보류를 권했습니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사실 규제 완화 속도와 효과, 국내외 거시 여건에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있어 당장은 지켜보자"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네요.
투자 관점에서 질문도 해봤습니다. 올해 가장 투자 유망한 부동산 상품을 물었죠. 응답자의 64.9%가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를 꼽았네요. 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재(14.3%)와 대출 80% 이상 가능한 지식산업센터(13%)를 지목한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올해 투자가 유망한 지역은 어디로 보고 있을까요. 강남, 잠실, 서초 등 서울 강남을 꼽은 응답자가 33.8%로 가장 많았고요. 분당, 일산 등 1시 신도시(28.6%)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일대(26%)를 언급한 전문가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관련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습니다. 다양한 응답들이 나왔는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전달해보겠습니다. 한 건설사 대표는 "시장과 동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동산 개발 업체 대표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만 보다 가는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으니 정부 출범 초기에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비 사업을 활성화시키면 단기적인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 밖에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노력, 여야 합의를 통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 수립, 정책 연구기관이 아닌 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부, 시장의 자율성 존중 등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업계에 오래 몸 담은 한 건설사 대표의 말도 눈에 띕니다.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성, 투명성, 일관성이 확보됐을 때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 동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상호 보완과 협조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부동산 정책을 희망합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정부에서 아무리 '집은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고 하지만 수십년간 축적돼 온 학습효과로 인해 수요자들의 '사려는(buy) 욕구'를 억누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어느 정부 때에서나 마찬가지였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서부터 주택 공급 확대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공약을 강력하게 강조한 영향이겠죠. '부동산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건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한국경제신문이 내로라하는 국내 부동산 전문가 77명에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견 건설사 대표, 대형 건설사 임원, 은행·금융회사 부동산 관련 부문 연구원, 부동산 개발 업체 대표, 대학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부동산 전문가 집단입니다. 물론 부동산 관련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에 속해 있다 보니 실수요자들의 생각이나 바람,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지만 솔직한 전문가들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새 정부 첫해 아파트 가격 전망을 물었습니다. 전체 응답자(77명)의 68.9%가 '오른다'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10명 중 1명 꼴로는 5% 이상 상승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바라는 실수요자들의 기대와는 조금 엇갈린 전망인데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첫해라는 단서에 유의해서 이유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공급 물량 공급 부족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펴도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최근 철근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유례없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미 각종 공사 현장에선 '지금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 이후 분양가 인상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죠. 한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게 다양한 부처, 산업, 경제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부문이라 획기적인 완화가 쉽지 않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부동산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답니다. 서울 주요 도심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긴 어렵다는 논리였죠.
그렇다면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양한 분포의 응답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대다수가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점쳤지만 내 집 마련 적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는 말입니다. 응답자의 22.1%는 올 하반기를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답했고, 20.8%는 내년 상반기를 지목했습니다. 16.9%는 내년 하반기를, 11.7%를 올 상반기를 꼽았습니다. 비슷한 비율로 다양한 시기가 언급됐는데요. 응답자의 가장 많은 28.6%가 당분간 주택 구매 보류를 권했습니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사실 규제 완화 속도와 효과, 국내외 거시 여건에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있어 당장은 지켜보자"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네요.
투자 관점에서 질문도 해봤습니다. 올해 가장 투자 유망한 부동산 상품을 물었죠. 응답자의 64.9%가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를 꼽았네요. 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재(14.3%)와 대출 80% 이상 가능한 지식산업센터(13%)를 지목한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올해 투자가 유망한 지역은 어디로 보고 있을까요. 강남, 잠실, 서초 등 서울 강남을 꼽은 응답자가 33.8%로 가장 많았고요. 분당, 일산 등 1시 신도시(28.6%)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일대(26%)를 언급한 전문가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관련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습니다. 다양한 응답들이 나왔는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전달해보겠습니다. 한 건설사 대표는 "시장과 동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동산 개발 업체 대표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만 보다 가는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으니 정부 출범 초기에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비 사업을 활성화시키면 단기적인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 밖에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노력, 여야 합의를 통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 수립, 정책 연구기관이 아닌 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부, 시장의 자율성 존중 등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업계에 오래 몸 담은 한 건설사 대표의 말도 눈에 띕니다.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성, 투명성, 일관성이 확보됐을 때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 동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상호 보완과 협조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부동산 정책을 희망합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