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마드리드에 거주해온 베르간자의 가족은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를 통해 지난 13일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1933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베르간자는 20세기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모차르트와 로시니, 비제의 오페라 작품에서 극적인 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낮은 음역에서는 따뜻하고, 높은 음역에서는 유연한 목소리를 가진 최고의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와 콘트랄토라는 찬사를 받았다.

베르간자는 마드리드 왕립음악원에서 로라 로드리게스 아라곤을 사사했고, 1957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도라벨라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1959년 런던 코벤트가든 무대에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다. 로지나는 베르간자의 대표 배역 중 하나가 됐다. 비평가들은 로지나 역에 요구되는 복잡한 기교와 장식을 풍부하고 유연하게 다루는 베르간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고 베르간자가 로지나 역을 맡아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1971년판 '세비야의 이발사'(도이치 그라모폰)는 세기의 명반으로 꼽힌다.
전설의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자 별세…향년 89세
1967년 베르간자의 인기 배역 중 하나가 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케루비노 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해 호평을 받았다.

베르간자는 메조소프라노의 대표 배역인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카르멘 역 출연 제의를 캐릭터가 너무 복잡하고 위협적이라며 한동안 거절했다. 그러다 1977년 영국 에든버러 킹스 극장 무대에서 카르멘 역으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녀를 “세기의 카르멘”이라고 선언했다. 베르간자의 마지막 오페라 공연의 배역도 57세에 스페인 세비야의 마에스트란자 극장에서 맡은 카르멘이었다. 이 무대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고 호세 카레라스가 돈 호세 역을 맡았다.

베르간자는 자서전에서 “소프라노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바이올린보다 첼로의 감미로운 소리를 더 좋아했던 것처럼 메조소프라노를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내가 노래를 할 수 없다면 첼리스트가 되고 싶을 것"이라고 썼다.

베르간자는 1994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스페인왕립예술원 종신회원이 됐고, 2005년 문화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도뇌르를 받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애도 성명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잃게 됐다”며 “그녀의 음성과 품위, 예술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