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수험생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2심에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지만 대법원은 출제 오류가 국가 배상이 필요할 정도로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1부는 A씨 등 수능시험 응시자 9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를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평가원이 출제 오류에 대한 사과와 함께 추가합격 등 구제조치를 했기 때문에 국가 배상이 인정될 만큼 (출제 오류가)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8번 문항엔 유럽연합(EU)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이 맞는 설명으로 돼 있었지만, 수험생들이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2013년 정답 결정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문은 명백히 옳고 ㉡과 ㉣지문은 명백히 틀렸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과 ㉢이 있는 2번을 정답으로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에선 수험생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실제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 및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총생산액이 유럽연합(EU)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더 크므로 평가원이 맞다고 본 ㉢ 지문은 명백히 틀리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후 교육부가 세계지리 8번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하면서 오답자 1만8884명의 수능 성적이 바뀌었다.

이 판결이 확정된 뒤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1심에선 “시험 출제위원들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세계지리 등급결정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평가원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 사유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시험 출제·검토위원들의 잘못은 주의의무가 있는 평가원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이라며 출제 오류로 재수를 했거나 추가합격한 수험생 42명에게 각 1000만원, 당락과 관련은 없지만 성적이 바뀐 52명에게는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