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고수하면서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 스포츠 행사가 잇달아 파행을 겪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4일 중국의 2023년 아시안컵 개최권 포기 결정을 공지했다. 대회 개막일은 내년 6월16일로, 아직 1년 이상 남았음에도 중국은 일찌감치 개최권을 반납했다. AFC는 중국축구협회(CFA)와 개최권 반납에 대해 오래 논의했으며 CFA가 최종 결정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6일에는 오는 9월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6~7월 청두 유니버시아드의 연기가 발표됐다. 두 대회 연기는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발표했지만 주최국인 중국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월 전 세계적 코로나 확산세 속에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러냈다. 올림픽 개막일인 2월4일 중국 본토 내 신규 감염자는 9명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에 3월부터 본격 확산하자 중국은 결국 자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 스포츠 행사를 잇달아 포기했다.

여기에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통한 감염 확산을 통제해야 한다는 '보편적 사유' 뿐 아니라, 전 세계적 '위드 코로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중국의 '특수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가며 도시를 봉쇄하는 등 방역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 관중 등 수만 명의 외국인이 단기간에 입국하면 자국 방역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이 확산하면 중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현 지도부의 중요한 업적으로 홍보하는 방역 성과에 균열이 생겨선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내년 여름 개최 예정이던 행사까지 포기하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출구 전략'의 가동 시기를 예측하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올 가을 당 대회 때까지는 현재의 방역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일각에선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끝나야 정책 수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면서 중국과 국제사회의 연계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한 탓에 외국 투자자가 떠난다면 분명히 걱정해야 할 일"이라며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코로나19 통제에서 단순하고 잔인한 조치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제로 코로나에 따른 봉쇄와 여행 제한 등에 지쳐 자국 기업들이 중국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