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없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과거에 비해 환율이 구조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투자액 중 해외 주식·채권 비중은 2017년 말 21.2%에서 작년 말 33.8%로 높아졌다. 지난 2월 말 기준 해외 자산 중 주식·채권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민연금이 2019년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후 매년 200억~300억달러 이상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지난해 연간 무역흑자 295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과거엔 무역수지 흑자로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가 유입돼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았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가 이런 압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 부분이 해외 투자인 대체투자(주식·채권 외 투자)까지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024년까지 이를 5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달러화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환헤지하지 않고 있는 점도 환율 급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2018년 이후 해외 투자 때 환헤지하지 않고 있다. 해외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현물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화가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300조원이 넘는 해외 주식·채권투자 자산을 환헤지하려면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이 정도 규모의 자산에 대해 선물환 계약을 맺어 줄 상대를 찾기도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