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하면서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 단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는 당초 새 정부 출범 직후 안전진단을 신청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상향한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주거 환경’(15%→30%), ‘건축 마감·설계 노후도’(25%→30%) 등의 배점을 높여 안전진단 통과를 쉽게 하는 것이다. 붕괴 위험을 따지는 구조 안전성 항목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받은 12개 단지 중 60%에 해당하는 7곳이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 변경은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령·행정규칙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해 새 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안에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 과제 이행 계획서’에서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명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건축 단지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는 지난달 노원구청에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최근 취소했다. 이 단지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한 차례 안전진단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재건축 추진 준비위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구조 안전성 비중만 낮아지면 안전진단 통과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 3월 대선 직후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을 통과한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도 정밀안전진단 신청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이 폐기된 데 이어 안전진단 기준 완화까지 뒷순위로 밀리면서 재건축 초기 단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