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라질 엔진 놓고 집안싸움하는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람다Ⅲ GDI 엔진’ 설비 공사가 두 달째 멈춰 있다. 기존 람다 엔진을 생산하던 아산공장 노동조합이 이 엔진을 울산공장에서도 생산하려는 회사 방침에 반발하면서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내연기관 엔진의 수요가 줄고 있음에도 아산공장 노조는 ‘밥그릇을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사가 멈추면서 울산공장 노조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물량 배정을 둘러싼 현대차 노조의 ‘집안싸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신형 코나 생산을 놓고 노노 갈등이 불거졌다. 기존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하던 코나를 울산 3공장에서도 생산하는 것에 1공장 노조가 반발한 것이다. 기아에선 화성 3공장이 조립하는 전기차 EV6를 화성 2공장에서도 병행 생산하는 문제를 놓고 공장별 노조가 맞붙었다.

미래차 생산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7월 양산을 앞둔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생산에 투입할 인력 규모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기차는 공정이 단순한 만큼 투입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사측과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노측이 대립하는 모습이다. 기아가 화성에 짓는 PBV(목적기반차량) 공장을 둘러싸고도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내연기관 엔진을 배터리와 모터가 대체하는 글로벌 격변기를 맞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완성차 회사의 몸부림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 내연기관 부품 기업이 500개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미래차 산업기술 인력은 6년 내로 4만 명가량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간표도 정해진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2035년 무공해차 전환’을 담았다. 신차 판매 기준 전기차 100% 전환 시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대로면 현대차는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현대차는 앞서 2040년까지 국내에서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선 정부의 발표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5년가량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떼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줄 것은 주고 지킬 것은 지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도 노조의 ‘일자리 공포’를 누그러뜨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기차 전환 시점을 앞당길 것을 주문하려면 고용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준비 없는 ‘탈엔진’은 갈등만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