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동통신사들이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를 향해 ‘망(網) 사용료’를 분담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정 다툼으로 촉발된 망 사용료 갈등이 세계 통신사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대립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유럽통신사업자연합(ETNO) 주최로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다. ETNO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유럽 통신사 30여 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ETNO는 토론회에서 대형 OTT가 발생한 막대한 트래픽 비용을 통신사가 떠안아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OTT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제안할 계획이다.

ETNO는 인터넷 서비스의 진화는 통신사들의 대규모 망 투자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OTT로 인해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OTT 업체들이 망 투자에 기여하는 부분은 전무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컨설팅 업체 액손파트너스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구글, 넷플릭스,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6대 빅테크가 지난해 유발한 데이터 트래픽은 56%에 이른다. 액손은 빅테크가 망 사용료로 약 26조7000억원(200억유로)을 분담하면 EU 경제에 약 93조3000억원(700억유로)의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럽 규제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통신망 비용을 부담시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CP의 망 사용료 부담 문제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부과를 두고 넷플릭스와 3년 넘게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 법원은 넷플릭스 측의 망 사용료 의무를 확인시키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