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7곳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법 시행 100일을 맞아 연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법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엔 63.8%가 아직 조치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기업은 14.5%,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였다.
중대재해법 100일 지났지만…기업 70% "법 모호해 대응 곤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응 수준에 차이가 상당했다. 전체 응답 기업 중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고 있는 곳은 31.6%였다. 규모별로 대기업(300인 이상)은 86.7%가 전담 인력을 두고 있지만, 중기업(50~299인)과 소기업(5~49인)은 전담 인력을 두고 있는 곳이 각각 35.8%, 14.4%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보완이 시급한 규정(복수 응답)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71.3%)을 꼽았다. 이어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 ‘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 ‘원청 책임 범위 등 규정 명확화’(34.9%) 순이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의무 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한 경영책임자를 면책하는 등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관계 부처에 중대재해처벌법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한 규정과 정부의 엄정 수사로 현장의 혼란과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건의서의 핵심이다.

경총은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경총 관계자는 “인과관계의 명확성, 사업주의 예방 가능성, 피해의 심각성 등을 충족하지 못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책임자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조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경영책임자에 적합한 자가 선임됐으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이행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