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뜨겁다" 스타트업 전쟁터가 된 '인력 중개' 시장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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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직장인 관련 정보를 보유한 회사들은 모두 뛰어들고 있습니다. '채용 중개' 시장 얘기입니다. 그동안 잡코리아, 사람인 등의 이른바 잡보드(채용 공고형 서비스) 회사들이 주도했던 사업 분야지만 요즘엔 잡플래닛(기업 연봉·복지 비교), 블라인드(직징인 익명 게시판), 리멤버(명함 관리) 등도 앞다퉈 인재 스카웃 대행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코딩 교육 업체들까지 가세했죠.
요즘 테크 분야는 한쪽에선 채용이, 다른 한쪽에선 감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이직이 활발합니다. 채용 시장의 큰 판이 벌어졌죠. 그 와중에 개발자 품귀 현상은 여전합니다. 채용 방식도 수시 채용으로 굳어졌습니다.
스타트업들의 전쟁터가 된 인재관리(HR) 산업 생태계를 한경 긱스(Geeks)가 해부했습니다.
과거 온라인 채용은 접수에서 합격까지 전형 단계를 자동화한 것이 다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한 지원자 관리시스템(ATS‧Applicant Tracking System)와 후보자 관리 시스템(CRM‧Candidate Relationship Management) 기술로 진화됐다.
기업(B2B) 서비스 ‘그리팅’을 개발한 두들린은 ATS 시장 선발 주자다. 크라우딩 기반 그리팅에서 채용공고를 만들어 각종 채용 공고 사이트에 뿌리면 지원서를 그리팅으로 받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43억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스펙터는 채용하는 기업 대상 지원자 평판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직장 대표, 임원진으로부터 평판 작성을 받는 플랫폼으로 3일 이내에 지원자 평판을 조회할 수 있으면 비용도 인당 3만원으로 낮췄다.
채용 공고 서비스 1, 2위 사업자인 잡코리아와 사람인도 IT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람인은 원격 영상면접 서비스를 기업 채용 솔루션 머스트에 적용했다. 잡코리아도 지인 추천 서비스를 추가했다. 3위 업체인 인크루트도 ATS 및 CRM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격 뛰어들었다.
전현직 직원들의 기업 리뷰를 열람할 수 있는 잡플래닛은 지난 4월부터 채용 중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복지·급여, 워라밸 등 5대 항목에서 평점 3.0 이상 우수 기업들의 채용 공고만 모아 보여주는 구직자 맞춤형 채용 서비스인 '프라이빗 채용관'이 강점으로 꼽힌다. 잡플래닛을 통해 채용 지원하고 합격하면 채용 축하금을 200만원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채용 중개 플랫폼 원티드는 지인 추천 보상금 제도로 급부상했다. 지인 추천으로 채용이 확정되면 합격 당사자와 추천자 모두에게 50만원 상당을 준다. 원티드가 지난 3년간 합격자와 추천인에게 지급한 보상금 규모는 61억원에 달한다. 2019년 10억원, 2020년 16억3000만원, 2021년 34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원티드에 등록한 개인들 가운데 IT 직군은 50% 정도다. 2021년말 합격자 기준 IT 직군은 70%로 더 높다. IT업계 채용이 더 활발한 최근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수치다.
원티드는 채용 성사시 기업으로부터 채용 중개 수수료로 연봉의 7%가량을 받는다.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티드 긱스’, 커리어 콘텐츠 서비스 ‘원티드 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리멤버, 블라인드, 퍼블리...직장인 이용자를 확보한 이들 플랫폼들은 일제히 채용 중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가장 앞장 서고 있는 것은 블라인드와 리멤버다. 채용 트렌드의 핵심이 ‘화이트 컬러(사무직)’와 ‘경력직’이라는 점에서 이미 직장인 인재풀을 확보한 점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는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경력직 이직을 돕는 ‘블라인드 하이어’를 출시했다. 기업들이 블라인드 인재풀을 보고 직접 이직을 제안하는 ‘블라인드 하이어 셀프’와 블라인드의 자체 헤드헌터가 직접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하이어 에이전트’ 두 가지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채용 성공시점에 고객사에 수수료를 과금하는 방식이다. 인재 추천형인 하이어 에이전트는 최종 연봉의 20%를, 인재 검색형인 하이어 셀프는 연봉의 7%를 수수료로 받는다. 팀블라인드는 미국에서도 하이어 셀프 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수수료는 최종 연봉의 15%로 한국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블라인드 하이어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지난해 400곳에서 1년 만에 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플랫폼 체류시간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길다”고 설명했다.
명함관리 플랫폼 리멤버는 국내판 '링크드인'으로 불린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링크드인은 이용자들이 커리어 프로필을 올리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다. 인재풀 검색과 채용 공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2020년 10월 기업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이용자 프로필을 열람하고 이직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스카우트 서비스에 진출했다.
리멤버 이용자 350만명 가운데 스카우드 제안을 받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한 회원 수는 90만명이 넘는다.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200만건, 이중 기업과 직접 연결된 매칭 수는 40만건에 달한다. 기업이 원하는 조건으로 후보자를 검색해 맞춤형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리멤버에 등록된 인재풀의 프로필을 무제한 검색하거나 채용 성공 시점에 일정 수수료를 내는 ‘채용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리멤버에 등록한 헤드헌터가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 역시 19만명에 달하는 직장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커리어리’를 통해 채용 제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인난이 심각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의 채용 시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개발자 교육에 참여한 취업 준비생이나 이직자 풀을 스타트업에 연결시키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그렙이다. 일찌감치 ‘유료직업소개사업자’로 등록하고 2020년부터 개발자 맞춤형 채용을 중개하는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AI와 데이터 전문가 교육업체 엘리스는 지난 2월 IT 개발자 채용을 위한 ‘엘리스웍스’를 출시했다. 기업들은 입사 제의 메시지 발송, 코딩테스트, 화상 면접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 코딩 교육 '항해99'로 시작한 팀스파르타는 8월말 개발자 채용 플랫폼 '포트99'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코드스테이츠는 교육 이수자를 채용으로 연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정부가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자에게 훈련비 전액을 지원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의 훈련기관은 105곳에 달한다. 개발자 교육부터 채용까지 연계한 플랫폼들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임정욱 TBT 대표 파트너는 “직장인 대상 코딩 교육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서 향후 관련 스타트업들의 매출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인난을 겪는 기업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전문가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업이 있는 사람은 56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생계형 부업도 있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고 연봉 1억원 이상을 버는 '슈퍼 프리랜서'도 증가세다.
탤런트뱅크는 설계 마케팅 재무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프리랜서를 기업의 프로젝트 단위로 중개하고 있다. 원티드랩은 2020년 4월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티드긱스'를 별도로 출시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적합한 일자리를 소개하고 매니저를 전담으로 배정한다.
프리랜서 마켓 1위 업체 크몽은 전자책 사진 편집 등 재능 거래 마켓으로 시작했지만 기업에 전문가 프리랜서를 연결하는 '크몽 엔터프라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크몽의 슈퍼 프리랜서 비중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다.
2012년 설립한 위시켓은 IT 전문가 아웃소싱 업체 대표기업이다. 디자인 분야 아웃소싱 분야에선 스터닝이 운영하는 '라우드소싱'이 대표 주자다.
인테리어 이사 등 생활형 서비스 분야 프리랜서 마켓으로는 '숨고'가 꼽힌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도 아이 하원 도우미 등 동네 기반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돌봄 방문교사 매칭 분야에선 자란다가 대표 플랫폼이다.
코로나 19 이후 100% 원격 근무를 원하는 사람들의 채용을 중개하는 '플렉스웍'도 등장했다.
스타트업계도 직접 인재 구하기에 나섰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설립을 주도한 SW 사관학교 정글은 스타트업계가 개발자 양성에 나선 대표 사례다. 전산학 지식이 없는 졸업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5개월간 합숙 교육을 통해 개발자를 길러내는 코스다. 채용 중개 기관은 아니지만, 수료생들은 크래프톤, 퍼그스튜디오, 토스, 보이저엑스, 네이버, 니어스랩 등 협력사에 우선 채용되는 특전을 누린다.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시드 투자를 하는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는 5월부터 9주간 프로덕트오너(PO) 교육과정 '나잇스프린트'를 진행했다. PO로 이직하고자 하는 3~8년 차 직장인이 대상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PO는 개발자만큼이나 구인난이 심각해 몸값이 높은 직군으로 꼽힌다.
스타트업계가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부친 이유는 기업 눈높이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 결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꼽은 채용 애로사항은 인력 부족(52.6%), 우수인력 입사 지원 부족(19.1%), 장기적인 채용계획 수립 곤란(12.7%) 순이었다. SW 인력 자체도 부족하지만 적합한 역량을 가진 우수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AI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보이저엑스는 최근 개발자 채용 진행 과정에서 원티드 플랫폼을 이용해 서류 전형을 치른 결과, 1차 면접 통과자는 많았지만 2차 면접 통과자는 한명도 없었다. 대신 SW 사관학교 정글 출신 2차 면접 통과자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 정글 협력사 관계자는 “정글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가는 개념이다 보니 업무에 대한 태도가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 한가지 더
국내 채용 플랫폼은 ‘직업정보제공사업’과 ‘유료직업소개’로 나뉜다. 둘 다 고용노동부에 등록해야 한다.
구인·구직자 정보를 제공만 하는 직업정보제공사업체와 달리 유료직업소개사업체는 구직자와 구인자 간 적극적으로 직업 소개를 대행해 이력서 발송 및 정보제공 업무를 할 수 있다. 유료로 채용 중개를 하려면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등록해야 하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직업상담사 1급,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자 등을 두고 있어야 한다.
현재 리멤버, 블라인드, 크몽, 프로그래머스, 잡플래닛, 원티드, 알바콜, 사람인, 리크루트 등이 채용 성공 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료 직업소개 사업체로 등록돼 있다. 이밖에 스터닝, 엘리스, 플렉스, 숨고, 당근마켓, 인크루트, 리쿠르트 등이 직업정보제공 사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정작 경력직 채용 분야 숨은 강자로 꼽히는 ‘링크드인’은 해외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에는 별도로 법적 등록을 하고 있지 않다.
스타트업계에선 법 규정 때문에 채용 인센티브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업안정법 제19조에 따르면, 유료직업소개사업자는 기업(사용자)으로부터 3개월 임금의 30% 이하를 소개요금으로 받을 수 있다. 구직자로부터는 임금의 1% 이하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보통 기업으로부터 10% 내외의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원 등 고급인력이나 전문 인력은 구인자와 정한 요금을 받을 수 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구인난이 심각한 개발자 및 PO는 ‘모시기 전쟁’이 일고 있지만 법에서 정한 임원 등 고급인력이나 전문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정 소개요금 이상을 받을 수 없다”며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 규정이 인재 구하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요즘 테크 분야는 한쪽에선 채용이, 다른 한쪽에선 감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이직이 활발합니다. 채용 시장의 큰 판이 벌어졌죠. 그 와중에 개발자 품귀 현상은 여전합니다. 채용 방식도 수시 채용으로 굳어졌습니다.
스타트업들의 전쟁터가 된 인재관리(HR) 산업 생태계를 한경 긱스(Geeks)가 해부했습니다.
과거 온라인 채용은 접수에서 합격까지 전형 단계를 자동화한 것이 다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한 지원자 관리시스템(ATS‧Applicant Tracking System)와 후보자 관리 시스템(CRM‧Candidate Relationship Management) 기술로 진화됐다.
기업(B2B) 서비스 ‘그리팅’을 개발한 두들린은 ATS 시장 선발 주자다. 크라우딩 기반 그리팅에서 채용공고를 만들어 각종 채용 공고 사이트에 뿌리면 지원서를 그리팅으로 받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43억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스펙터는 채용하는 기업 대상 지원자 평판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직장 대표, 임원진으로부터 평판 작성을 받는 플랫폼으로 3일 이내에 지원자 평판을 조회할 수 있으면 비용도 인당 3만원으로 낮췄다.
채용 공고 서비스 1, 2위 사업자인 잡코리아와 사람인도 IT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람인은 원격 영상면접 서비스를 기업 채용 솔루션 머스트에 적용했다. 잡코리아도 지인 추천 서비스를 추가했다. 3위 업체인 인크루트도 ATS 및 CRM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격 뛰어들었다.
'합격하면 200만원'
전현직 직원들의 기업 리뷰를 열람할 수 있는 잡플래닛은 지난 4월부터 채용 중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복지·급여, 워라밸 등 5대 항목에서 평점 3.0 이상 우수 기업들의 채용 공고만 모아 보여주는 구직자 맞춤형 채용 서비스인 '프라이빗 채용관'이 강점으로 꼽힌다. 잡플래닛을 통해 채용 지원하고 합격하면 채용 축하금을 200만원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채용 중개 플랫폼 원티드는 지인 추천 보상금 제도로 급부상했다. 지인 추천으로 채용이 확정되면 합격 당사자와 추천자 모두에게 50만원 상당을 준다. 원티드가 지난 3년간 합격자와 추천인에게 지급한 보상금 규모는 61억원에 달한다. 2019년 10억원, 2020년 16억3000만원, 2021년 34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원티드에 등록한 개인들 가운데 IT 직군은 50% 정도다. 2021년말 합격자 기준 IT 직군은 70%로 더 높다. IT업계 채용이 더 활발한 최근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수치다.
원티드는 채용 성사시 기업으로부터 채용 중개 수수료로 연봉의 7%가량을 받는다.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티드 긱스’, 커리어 콘텐츠 서비스 ‘원티드 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직장인 '앱'의 변신
리멤버, 블라인드, 퍼블리...직장인 이용자를 확보한 이들 플랫폼들은 일제히 채용 중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가장 앞장 서고 있는 것은 블라인드와 리멤버다. 채용 트렌드의 핵심이 ‘화이트 컬러(사무직)’와 ‘경력직’이라는 점에서 이미 직장인 인재풀을 확보한 점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는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경력직 이직을 돕는 ‘블라인드 하이어’를 출시했다. 기업들이 블라인드 인재풀을 보고 직접 이직을 제안하는 ‘블라인드 하이어 셀프’와 블라인드의 자체 헤드헌터가 직접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하이어 에이전트’ 두 가지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채용 성공시점에 고객사에 수수료를 과금하는 방식이다. 인재 추천형인 하이어 에이전트는 최종 연봉의 20%를, 인재 검색형인 하이어 셀프는 연봉의 7%를 수수료로 받는다. 팀블라인드는 미국에서도 하이어 셀프 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수수료는 최종 연봉의 15%로 한국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블라인드 하이어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지난해 400곳에서 1년 만에 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플랫폼 체류시간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길다”고 설명했다.
스카우트 서비스로 '돌파구' 마련
명함관리 플랫폼 리멤버는 국내판 '링크드인'으로 불린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링크드인은 이용자들이 커리어 프로필을 올리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다. 인재풀 검색과 채용 공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2020년 10월 기업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이용자 프로필을 열람하고 이직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스카우트 서비스에 진출했다.
리멤버 이용자 350만명 가운데 스카우드 제안을 받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한 회원 수는 90만명이 넘는다.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200만건, 이중 기업과 직접 연결된 매칭 수는 40만건에 달한다. 기업이 원하는 조건으로 후보자를 검색해 맞춤형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리멤버에 등록된 인재풀의 프로필을 무제한 검색하거나 채용 성공 시점에 일정 수수료를 내는 ‘채용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리멤버에 등록한 헤드헌터가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 역시 19만명에 달하는 직장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커리어리’를 통해 채용 제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딩 교육→평가→채용까지
구인난이 심각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의 채용 시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개발자 교육에 참여한 취업 준비생이나 이직자 풀을 스타트업에 연결시키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그렙이다. 일찌감치 ‘유료직업소개사업자’로 등록하고 2020년부터 개발자 맞춤형 채용을 중개하는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AI와 데이터 전문가 교육업체 엘리스는 지난 2월 IT 개발자 채용을 위한 ‘엘리스웍스’를 출시했다. 기업들은 입사 제의 메시지 발송, 코딩테스트, 화상 면접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 코딩 교육 '항해99'로 시작한 팀스파르타는 8월말 개발자 채용 플랫폼 '포트99'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코드스테이츠는 교육 이수자를 채용으로 연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정부가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자에게 훈련비 전액을 지원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의 훈련기관은 105곳에 달한다. 개발자 교육부터 채용까지 연계한 플랫폼들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임정욱 TBT 대표 파트너는 “직장인 대상 코딩 교육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서 향후 관련 스타트업들의 매출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몸값 높아지는 '슈퍼 프리랜서'
구인난을 겪는 기업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전문가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업이 있는 사람은 56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생계형 부업도 있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고 연봉 1억원 이상을 버는 '슈퍼 프리랜서'도 증가세다.
탤런트뱅크는 설계 마케팅 재무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프리랜서를 기업의 프로젝트 단위로 중개하고 있다. 원티드랩은 2020년 4월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티드긱스'를 별도로 출시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적합한 일자리를 소개하고 매니저를 전담으로 배정한다.
프리랜서 마켓 1위 업체 크몽은 전자책 사진 편집 등 재능 거래 마켓으로 시작했지만 기업에 전문가 프리랜서를 연결하는 '크몽 엔터프라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크몽의 슈퍼 프리랜서 비중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다.
2012년 설립한 위시켓은 IT 전문가 아웃소싱 업체 대표기업이다. 디자인 분야 아웃소싱 분야에선 스터닝이 운영하는 '라우드소싱'이 대표 주자다.
인테리어 이사 등 생활형 서비스 분야 프리랜서 마켓으로는 '숨고'가 꼽힌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도 아이 하원 도우미 등 동네 기반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돌봄 방문교사 매칭 분야에선 자란다가 대표 플랫폼이다.
코로나 19 이후 100% 원격 근무를 원하는 사람들의 채용을 중개하는 '플렉스웍'도 등장했다.
인력 양성에 직접 나선 스타트업계
스타트업계도 직접 인재 구하기에 나섰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설립을 주도한 SW 사관학교 정글은 스타트업계가 개발자 양성에 나선 대표 사례다. 전산학 지식이 없는 졸업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5개월간 합숙 교육을 통해 개발자를 길러내는 코스다. 채용 중개 기관은 아니지만, 수료생들은 크래프톤, 퍼그스튜디오, 토스, 보이저엑스, 네이버, 니어스랩 등 협력사에 우선 채용되는 특전을 누린다.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시드 투자를 하는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는 5월부터 9주간 프로덕트오너(PO) 교육과정 '나잇스프린트'를 진행했다. PO로 이직하고자 하는 3~8년 차 직장인이 대상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PO는 개발자만큼이나 구인난이 심각해 몸값이 높은 직군으로 꼽힌다.
스타트업계가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부친 이유는 기업 눈높이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 결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꼽은 채용 애로사항은 인력 부족(52.6%), 우수인력 입사 지원 부족(19.1%), 장기적인 채용계획 수립 곤란(12.7%) 순이었다. SW 인력 자체도 부족하지만 적합한 역량을 가진 우수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AI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보이저엑스는 최근 개발자 채용 진행 과정에서 원티드 플랫폼을 이용해 서류 전형을 치른 결과, 1차 면접 통과자는 많았지만 2차 면접 통과자는 한명도 없었다. 대신 SW 사관학교 정글 출신 2차 면접 통과자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 정글 협력사 관계자는 “정글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가는 개념이다 보니 업무에 대한 태도가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 한가지 더
국내 채용 플랫폼은 ‘직업정보제공사업’과 ‘유료직업소개’로 나뉜다. 둘 다 고용노동부에 등록해야 한다.
구인·구직자 정보를 제공만 하는 직업정보제공사업체와 달리 유료직업소개사업체는 구직자와 구인자 간 적극적으로 직업 소개를 대행해 이력서 발송 및 정보제공 업무를 할 수 있다. 유료로 채용 중개를 하려면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등록해야 하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직업상담사 1급, 공인노무사 자격을 가진 자 등을 두고 있어야 한다.
현재 리멤버, 블라인드, 크몽, 프로그래머스, 잡플래닛, 원티드, 알바콜, 사람인, 리크루트 등이 채용 성공 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료 직업소개 사업체로 등록돼 있다. 이밖에 스터닝, 엘리스, 플렉스, 숨고, 당근마켓, 인크루트, 리쿠르트 등이 직업정보제공 사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정작 경력직 채용 분야 숨은 강자로 꼽히는 ‘링크드인’은 해외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에는 별도로 법적 등록을 하고 있지 않다.
스타트업계에선 법 규정 때문에 채용 인센티브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업안정법 제19조에 따르면, 유료직업소개사업자는 기업(사용자)으로부터 3개월 임금의 30% 이하를 소개요금으로 받을 수 있다. 구직자로부터는 임금의 1% 이하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보통 기업으로부터 10% 내외의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원 등 고급인력이나 전문 인력은 구인자와 정한 요금을 받을 수 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구인난이 심각한 개발자 및 PO는 ‘모시기 전쟁’이 일고 있지만 법에서 정한 임원 등 고급인력이나 전문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정 소개요금 이상을 받을 수 없다”며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 규정이 인재 구하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