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세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주 말 법무부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제가 한 일들이 모두 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면 제 능력이 부족해서이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자기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린치당했지만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악연을 언급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이어진 '채널A 사건' 등으로 인사 불이익에 독직폭행까지 당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면서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서 할 일이 있다'는 대답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할 일이란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당하더라도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제가 했던 떠들썩했던 사건들보다 함께 했던 분들이 떠오른다"며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그때그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연이 닿지 않아 함께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추 전 장관 '호칭' 논란 등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받자 "정경심 교수의 혐의는 한동훈 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추미애 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채널A 사건' 등을 앞세워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던 추 전 장관 등 당시 여권은 상황이 여의찮아 보이자 결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추 전 장관과 친정권 검사들이 위법하고 무리하게 징계를 밀어붙인 끝에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작년 12월 모두 받아들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께 혼란을 초래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이 추 전 장관이 명령한 직무 배제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오후 5시 대검 1층 현관으로 출근하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선언했다. 이때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총장과 대립한 법무부 장관은 '인사'라는 날 선 칼로 내 편과 네 편을 명확히 갈랐다. '네 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어김없이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으로 보내졌다. 이들 두 곳은 대표적인 좌천지로 꼽혀왔다.
한 후보자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으로 좌천됐다가 채널A 사건이 불거진 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무연수원으로 간지 1년 만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후보자를 독직폭행 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29기)가 한 후보자에 이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가리켜 "정치검사"라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말에 "제가 조국 수사를 눈감았으면 꽃길을 걸었을 것"이라며 "정치검사의 정의가 바뀌었나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와 관련해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이후에 180도 달라진 것 같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일했을 뿐인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임명 후속 절차가 늦춰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자녀 스펙 조작 논란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중대한 결격 요인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서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기한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빠르면 17일 한 장관 후보자의 임명강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르면 5월 중으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대응, 법무·검찰 행정 변화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