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36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방역 위기를 버티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는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대내외 여건 매우 어려워…바이든과 IPEF 통한 공급망 협력 강화 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시정연설에서 "정부에서 편성한 2022년도 제2회 추경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의원 여러분께 직접 설명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에서 드리는 첫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당면한 상황과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년간 지속돼 오던 국제 정치, 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 현실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투발 수단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제가 취임한 지 이틀 뒤인 지난 5월 12일에도 북한은 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16번째 도발이며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주에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연금·노동·교육 개혁, 피할 수 없는 과제"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선 극복하기 어렵다"며 "지속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경 편성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한 점에 대해선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고 민생 안정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추경안 지출 규모 36조4000억 원…온전한 손실 보상은 국가 책무"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간 추경안은 총 59조4000억원 규모이지만, 지방정부 이전분 23조 원을 제외하면 중앙정부는 총 36조4000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정부는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원 8조1000억 원과 금년도 지출 구조조정에 의한 예산 중 절감액 7조 원을 우선 활용했고, 나머지 21조3000억 원은 금년도 초과 세수 53조3000억 원 중 일부를 활용했다"며 "초과 세수의 나머지 재원은 앞서 말씀드린 지방재정에 23조 원, 국가채무 축소에 9조 원을 쓰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주요 예산사업에 대해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24조5000억 원) ▲방역 및 의료체계 전환 지원(6조1000억 원) ▲물가 등 민생 안정(3조1000억 원)을 꼽았다.

먼저 소상공인 손실 보상과 관련해선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우리 민생경제는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며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법치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또한 "적기에 온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게 버텨왔던 소상공인이 재기 불능에 빠지고 결국 더 많은 복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며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총 24조5000억 원을 투입해 전체 370만 개의 소상공인 업체에 대해 최소 6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손실보상 보전금을 지원하겠다. 그리고 보상 기준과 금액도 대폭 상향하겠다"고 했다.

방역 및 의료체계 전환 지원에 대해선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진단검사비와 격리 및 입원 치료비, 생활지원비와 유급 휴가비 등에 3조5000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 복귀를 위해 먹는 치료제 100만 명분과 충분한 병상 확보 등에 2조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물가 등 민생 안정과 관련해선 "총 3조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 보완을 위해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의 한시 긴급생활지원금을 총 227만 가구에 지급하겠다"면서 △서민 저금리 대출 지원 △냉난방비 부담 완화 에너지 바우처 △대학생 근로장학금 및 장병 급식비 인상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손실보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저소득 문화예술인, 법인 택시, 버스 기사 등 총 89만 명에게도 고용 및 소득안정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최대 585만 명에게 추가 지원하고 농어민에 대한 생산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코로나19 폭증세에 휩싸인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저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 왔다.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