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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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를 몰면 왠지 이것저것 더 주워담게 되는 당신, 기분 탓이 아니다. 쇼핑 카트는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장을 보러 갔는데 카트가 떨어지고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사려던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담을 테니까.

14일(현지시간) 미국 CNN는 쇼핑카트에 얽힌 스토리를 보도했다. 쇼핑카트의 탄생으로 고객들이 짐의 무게를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됐고, 이는 대량 소비 시대로 이어졌다. 각종 식료품점과 브랜드들은 카트를 빠르게 밀고 다니는 쇼핑객들의 관심을 잡기 위해 포장지에 눈에 띄는 캐릭터나 로고를 넣었다. 소비자 구매 영역이 넓어지면서 제품도 덩달아 늘어났다.

‘쇼핑카트가 글로벌 소비주의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의 저자이자 영국 리즈 대학의 미국 문학교수의 앤드류 워네스는 카트가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촉발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장바구니 덕분에 물건에서 물건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며 “그것은 선택을 빠르게 결정하고 다음 선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바퀴 달린 그릇’”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카트가 처음 개발됐을 때 사람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 쇼핑 카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클라호마 식료품점 주인 실반 골드만(Sylvan Goldman)은 장바구니가 가득 차거나 무거워지면 고객이 쇼핑을 중단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접이식 의자에 바퀴를 달고 그 위에 바구니를 얹어 1937년 카트를 만들었다.

카트가 매장에 등장한 첫 날, 골드만은 사람들이 카트를 쓰기 위해 긴 줄을 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무도 카트를 쓰지 않았다. 여성들은 유모차와 비슷한 생김새에 촌스럽다고 생각했고, 남성들은 자신들의 힘을 약하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골드만은 손님으로 위장한 직원들에게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물건을 가득 채우게 시켰다. 이를 옆에서 본 고객들은 금방 카트의 편리함에 빠졌고 마침내 카트가 미국 전역으로 퍼질 수 있게 됐다.

한편 쇼핑 혁명을 일으켰던 카트가 이제 도시의 흉몰로 취급받기도 한다. 뒷골목 강 숲 등 여기저기 카트가 버려진 채로 발견되면서 일부 지역은 카트가 상점에서 이탈하면 해당 업체에 규제와 벌금을 부과한다. 현대 미술 작가인 뱅크시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이 모네(1840~1926)의 작품 ‘수련 연못(The Water-Lily pond)’을 재해석해 ‘쇼 미 더 모네(Show Me The Monet)’를 내놨는데 다리 밑 연못에 수련이 가득했던 원작과 달리 쇼핑카트 2개가 빠져있는 연못을 통해 현대 소비지상주의로 인한 환경파괴를 풍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