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회동을 가졌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회동을 가졌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며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정책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조찬 회동을 갖고 대내외적 경제 상황과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이미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별도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인사는 최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져 한국 경제가 '위중한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가 민생경제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재정당국 수장과 중앙은행 총재는 두 기관 사이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추 부총리는 "정책 수단이 제약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좋은 정책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막중한 시기에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한 부처나 중앙은행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책 공조를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팀워크를 잘 맞춰보겠다"고 했다.

최근 한은과 기재부는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은이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며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는 소상공인 지원 공약 이행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추경으로 인한 물가 불안 우려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물가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한은과 최상의 정책조합을 만들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또 "중장기적으로 인구·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된 가운데 정부 중심의 경제 운용 등으로 저성장의 골이 깊어졌고,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 국가·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주도의 경제 활력 제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편 추 부총리가 한은 총재와 회동한 것은 지난 10일 취임한 이후 6일 만이다. 앞서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취임 후 9일 만에, 김동연 전 부총리는 4일 만에 각각 한은 총재와 회동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