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민자 인프라 투자 2배로 늘린다는데…시장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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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로 민자투자 年10조원으로 확대 추진
산업-생활 인프라 등으로 사업 대상 넓히고 투자 인센티브도 검토
이재명發 일산대교 무료화 사건 묵인에 시장 신뢰 '바닥'
6월 지선 앞두고 김은혜-김동연 모두 일산대교 무료화 공약
정치권 포퓰리즘 공세에 민자투자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표만 걸리면 국민연금도 후려치는데 누가 투자하겠나"
산업-생활 인프라 등으로 사업 대상 넓히고 투자 인센티브도 검토
이재명發 일산대교 무료화 사건 묵인에 시장 신뢰 '바닥'
6월 지선 앞두고 김은혜-김동연 모두 일산대교 무료화 공약
정치권 포퓰리즘 공세에 민자투자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표만 걸리면 국민연금도 후려치는데 누가 투자하겠나"
윤석열 정부가 침체된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활성화에 나선다. 연간 5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민자사업 규모를 10조원대로 확대해 인프라 확충과 재정건전성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싸늘하다. 지난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계약을 깨고 민자 교량인 일산대교 무료화에 나서며 생긴 시장의 '일산대교 트라우마'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현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민자 사업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취약계층 고용 보호 등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대한 재정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28조원에 달할 정도로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최대한 민간 투자로 대체해 재정 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민자투자 활성화에 대한 투자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민자도로, 교량 등에 대한 계약을 깨고 통행료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사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을 가로질러 고양시와 김포시를 연결하는 길이 1.84㎞의 일산대교를 둘러싼 경기도와 국민연금 간의 갈등이다. 일산대교는 민자 개발이 이뤄진 유일한 한강 교량이다. 2009년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민자 사업자인 5개 건설사로부터 지분 100%를 사들이며 이후 국민연금의 주요 국내 인프라 자산으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 전 지사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요 아젠다로 들고 나오면서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경기도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전 지사는 높은 통행료의 원인을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운영사로부터 대출 이자를 받는 수익 구조에 있다고 보고 "국민연금이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지분 투자와 함께 선순위·후순위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30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운영권을 부여 받아 매년 운영권을 상각해 안정적인 배당이 어려운 민자투자사업에서 일반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매년 불확실한 배당 수입 대신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투자자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금 조달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 측의 설명에도 이 전 지사는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일산대교 통행료를 무료화하는 공익처분을 내리는 등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국민연금 측이 제기한 공익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며 무산된 상태다.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도 두 기관은 공익처분 취소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금융사 대표는 "일산대교 뿐 아니라 미시령 터널 등 전국의 민자 사업을 두고 지자체가 계약을 깨고 정치권이 이를 묵인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제일 힘이 센 국민연금도 고리대금업자로 매도하고 소위 '후려치는'데 당장이야 돈이 급하니 민간에 손을 벌리지만 사정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고 말했다.
연간 민자 투자 규모가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민자사업 개념이 도입된 초창기인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최소수입보장(MRG)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한 2000년대(2000~2009년) 연평균 민자 투자 규모가 7조1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10~20%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투자업계는 민자 투자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인 정부가 추진하는 활성화 방안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 모두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까지도 국민연금을 이끌며 경기도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현재 김동연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일산대교 사건은 표 앞에선 어떤 계약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당장 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무료화를 외치는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인 인센티브 없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재원 조달 및 수익 부여 구조 등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2009년 폐지된 MRG와 같은 수익 보장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며 "MRG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싸늘하다. 지난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계약을 깨고 민자 교량인 일산대교 무료화에 나서며 생긴 시장의 '일산대교 트라우마'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현되고 있어서다.
○투자 대상·방식 다변화해 민자투자 활성화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 5조원 규모의 투자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에는 도로, 철도 등에 머물던 민자 인프라 사업 대상을 산업·생활인프라 등으로 확대하고 사업방식을 다변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개정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정부가 민자 사업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취약계층 고용 보호 등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대한 재정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28조원에 달할 정도로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최대한 민간 투자로 대체해 재정 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민자투자 활성화에 대한 투자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민자도로, 교량 등에 대한 계약을 깨고 통행료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사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을 가로질러 고양시와 김포시를 연결하는 길이 1.84㎞의 일산대교를 둘러싼 경기도와 국민연금 간의 갈등이다. 일산대교는 민자 개발이 이뤄진 유일한 한강 교량이다. 2009년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민자 사업자인 5개 건설사로부터 지분 100%를 사들이며 이후 국민연금의 주요 국내 인프라 자산으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 전 지사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요 아젠다로 들고 나오면서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경기도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전 지사는 높은 통행료의 원인을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운영사로부터 대출 이자를 받는 수익 구조에 있다고 보고 "국민연금이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지분 투자와 함께 선순위·후순위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30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운영권을 부여 받아 매년 운영권을 상각해 안정적인 배당이 어려운 민자투자사업에서 일반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매년 불확실한 배당 수입 대신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투자자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금 조달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 측의 설명에도 이 전 지사는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일산대교 통행료를 무료화하는 공익처분을 내리는 등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국민연금 측이 제기한 공익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며 무산된 상태다.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도 두 기관은 공익처분 취소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금융사 대표는 "일산대교 뿐 아니라 미시령 터널 등 전국의 민자 사업을 두고 지자체가 계약을 깨고 정치권이 이를 묵인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제일 힘이 센 국민연금도 고리대금업자로 매도하고 소위 '후려치는'데 당장이야 돈이 급하니 민간에 손을 벌리지만 사정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고 말했다.
○여전한 '일산대교 트라우마'…"신뢰 회복 없인 활성화 요원"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유료도로법 개정, 사업재구조화를 통한 통행료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민자사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민자투자 규모는 6000억원에 불과했다. GTX, 경전철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몰린 2018년 12조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 1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아예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연간 민자 투자 규모가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민자사업 개념이 도입된 초창기인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최소수입보장(MRG)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한 2000년대(2000~2009년) 연평균 민자 투자 규모가 7조1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10~20%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투자업계는 민자 투자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인 정부가 추진하는 활성화 방안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 모두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까지도 국민연금을 이끌며 경기도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현재 김동연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일산대교 사건은 표 앞에선 어떤 계약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당장 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무료화를 외치는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인 인센티브 없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재원 조달 및 수익 부여 구조 등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2009년 폐지된 MRG와 같은 수익 보장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며 "MRG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