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가 사라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시작되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진 탓이다. 반면 1000원 미만 ‘동전주’ 숫자는 1년 새 60% 넘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하나도 없다. 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은 99만6000원의 태광산업이다. 1년 전만 해도 태광산업은 120만8000원으로 대표적인 황제주였다.

그다음으로 주가가 높은 건 77만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 종목은 작년 8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백신 수요 증가 기대로 100만원대를 기록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주가가 높은 종목은 LG생활건강으로 69만2000원이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작년 말까지 100만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며 주가가 1년 새 반 토막 났다.

1년 전 주가가 80만원을 웃돌며 황제주 후보에 올랐던 LG화학엔씨소프트 역시 한 해 동안 주가가 급락하며 각각 50만원대, 4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작년 스판덱스 호황에 황제주 입성이 유력시됐던 효성티앤씨도 현재 주가가 37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동전주 수는 63% 증가했다. 현재 1000원이 안 되는 종목은 총 83개(상장지수펀드 제외)로 전년 동기(51개)에 비해 1.6배 늘었다. 2019년 이후 만년 동전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SK증권은 작년 동학개미운동의 혜택을 받고 1000원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다시 800원대로 떨어졌다. 티웨이홀딩스 역시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1700원대까지 상승했다 유상증자 결정 등의 악재가 나오며 700원대로 주저앉았다.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는 K팝의 글로벌 흥행에 2020년 주가가 2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뚜렷한 호재 없이 하락하더니 700원대의 동전주 신세가 됐다.

동전주 후보도 적지 않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증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하향세를 나타내 11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대명소노시즌은 알짜사업을 매각한 뒤 렌털사업에 진출했으나, 이후 적자폭을 키우며 주가가 1100원대로 하락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