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당대표 선거 같은 野 국회의장 경선
“전시에 걸맞은 ‘단일대오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언뜻 보면 당대표 출마 선언인 줄 알겠네요.”

5선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공식화한 지난 15일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려는 건지 당대표가 되려는 건지 헷갈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다수당(167석)인 민주당은 오는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은 5선의 김진표·조정식·이상민 의원에 4선인 우상호 의원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안민석(5선)·김상희(4선)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중진들의 유례없는 ‘국회의장 출마 러시’가 펼쳐진 것이다.

경선이 과열되자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의원들은 물론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나섰다. 조 의원은 “윤석열 정부 독주 견제”를 일성으로 내세웠다. 자신이 이명박 정부 시절 ‘MB 악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몸을 던졌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고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지낸 ‘친이재명계’ 의원이다. 그의 SNS 프로필 사진엔 대선 유세 당시 이 후보와 포옹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 의원이 ‘선명성 경쟁’에 불을 댕기자 당초 후반기 의장 선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진표 의원도 강성 발언으로 맞불을 놨다. 김 의원은 16일 의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통과 독선의 ‘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당시 안건조정위원장을 자원해 법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상황을 지켜본 국회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되더라도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과 함께 ‘3부 요인’으로 불린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회의장은 사실상 대통령이 지명해 중립성 논란에 시달렸다. 이만섭 전 의장 시절인 2002년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은 ‘날치기는 절대 안 된다’며 아무리 다수당이 추진하는 사안이어도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협상과 중재에 나선 의회주의자였다”며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중 그런 기백을 갖춘 인사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