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잡은 尹 ‘경제원팀’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손잡은 尹 ‘경제원팀’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언급한 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보호주의 확산 등 물가를 자극할 대외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경고음’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만큼 “미국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가 불확실성 높다”

이 총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의 빅스텝 필요성은 낮다는 입장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직전인 지난달 17일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금리 인상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빅스텝에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는 불과 한 달 만에 말을 바꿨다. 16일 “향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히면서다. 일각에선 이 총재가 지난달 경제 상황을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인식이 달라진 건 외부 상황이 바뀐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르면 5월 초 끝날 것으로 내다봤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에선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심화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가뭄과 홍수 등으로 식량 생산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를 돌파했고, 4월에는 4.8%로 13년여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등하며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점도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급락하고 국고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에 한은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크자 한은이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

이 총재는 빅스텝을 언급하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을 보고 7, 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 총재가 당장 오는 26일 열리는 5월 금통위에선 빅스텝을 밟지는 않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7, 8월 금통위까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작다고 해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물가 불안을 잠재우려는 전략적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한국이 당장 미국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변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물가 상황이 심각해지면 “8월 이후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물가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미국 정도는 아니다”며 “반드시 미국과의 금리차만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성장과 물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