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지난해 보수가 2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6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CEO들의 지난해 보수 중간값은 1470만달러(약 189억원)로 집계됐다. 전년(1343만달러)보다 9.5% 올랐다. 지난해 보수가 5000만달러 이상인 CEO는 9명으로 2016년 1명, 2020년 7명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다.

CEO 보수에는 연봉과 스톡옵션 등이 포함된다. WSJ에 따르면 S&P500 기업 CEO의 약 3분의 2는 보수 상당 부분을 수년에 걸쳐 지급되는 스톡옵션이나 주식으로 받는다. 연간 보수가 3500만달러 이상인 상위 25명 CEO는 보수에서 스톡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달했다. 기업 주가가 상승하면 CEO의 연봉도 뛰는 구조다.

지난해 스톡옵션을 제외한 현금 보수의 중간값은 410만달러(약 53억원)로, 310만달러(약 40억원)를 기록한 전년보다 32.3% 늘었다. 작년 CEO 연봉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실적이 개선되며 주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S&P500 기업 400여 개 중 상당수는 주주 수익률이 30%를 넘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CEO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그룹의 피터 컨이다. 스톡옵션을 포함해 총 2억9600만달러(약 3802억원)를 받았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회사 CEO가 된 데이비드 재슬러브는 2억4600만달러(약 3158억원)를 수령했다. 다만 합병회사 주가가 5년 이내에 두 배 이상으로 뛰어야 2억달러가 넘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2011년 취임한 후 처음으로 8200만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보수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대신 머스크가 2018년에 받은 23억달러 규모 보수에 포함됐던 스톡옵션의 가치가 현재 6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수를 적게 받기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37만3204달러(약 4억798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